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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1음반
‘지금’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2년 10월호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해외 밴드가 몇 있다. 순위를 매겨보면 1위는 뻔하다. 그렇다. ‘퀸(Queen)’이 차지할 거라는 데 이견을 내기란 아무래도 어렵다. 수치가 증명한다. 저 유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거의 1천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뭐로 보나 엄청난 숫자다.

내게도 퀸은 굉장한 존재였다. 흔한 표현으로 ‘인생 밴드’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을 애정했다. 고등학교 시절 퀸의 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셀 수 없다. 나는 이 라이브를 카세트테이프로, CD로, 비디오테이프로 되풀이해 감상했다. 그중에서도 결정타는 비디오테이프였다. 영상 속 퀸의 멤버들은 정말이지 근사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뭐, 그게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라이브에서의 프레디 머큐리를 보면서 나는 다음 같은 생각을 했다. ‘저 사람은 저걸 위해 태어났구나.’ 과연 그랬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자신을 ‘퍼포머(performer)’라고 정의한 것처럼 프레디 머큐리는 무대를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영화 관련한 이야기를 몇 개 적는다. 일종의 팩트 체크라고 보면 된다. 영화에서처럼 ‘Bohemian Rhapsody’는 발매가 불가능할 뻔했다. ‘곡이 길고 가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데 이 신에서 눈여겨봐야 할 장면이 있다. 제작자가 “10대들이 헤드뱅잉할 곡이 아니다”라는 근거로 딴지를 걸자 멤버들이 앨범 한 장을 가리키며 “저것도 당신이 제작한 거죠?” 하는 대목이다. 지목 당한 음반은 바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1973년 걸작 으로 6분이 넘는 노래가 무려 3곡이나 들어 있는 앨범이다. 즉, “?‘Bohemian Rhapsody’는 5분 55초인데 당신 왜 그래?”라고 항의하는 듯한 장면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후에도 중요한 신이 나온다. 프레디 머큐리가 라디오 DJ에게 ‘Bohemian Rhapsody’가 녹음된 테이프를 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100% 사실이다. 한데 핵심은 이 뒤의 전개에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데 이 DJ는 곡의 앞부분만 방송에 내보냈다. 일종의 예고편 비슷하게 말이다. 항의가 폭주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이 DJ는 ‘Bohemian Rhapsody’를 일주일도 안 돼서 14번이나 ‘완곡’으로 틀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DJ의 이름은 케니 에버렛(Kenny Everett)이다.

‘Bohemian Rhapsody’ 외에 퀸의 명곡은 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따라서 다음처럼 정리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일 듯싶다. 그들은 록 밴드이되 록 밴드가 아니었다. 적시하면 록 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채로운 장르 탐험을 통해 음악적인 경계를 두지 않았다. 디스코 리듬을 도입해 빌보드 정상에 오른 ‘Another One Bites the Dust’, 1950년대 로커빌리(컨트리풍 로큰롤) 스타일을 시도해 역시나 빌보드 1위를 기록한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등이 대표적인 곡이다.

둘 중 후자의 경우,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다. 이 곡, 프레디 머큐리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추모하기 위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1970년대 퀸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장르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다. 다양한 시도가 도리어 독이 돼 돌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퀸에 대한 대중의 지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점이 중요하다. 197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면서 어느덧 퀸에 대한 평가마저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퀸은 전문가 아닌 대중의 인식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다. 영화 보기에 있어서도 이제는 영화평론가보다 네티즌들의 네이버 평점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데 우리는 이런 경우를 하나 더 알고 있다. 바로 ‘아바(ABBA)’다. 자세한 얘기는 1개월 뒤에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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