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현상을 꼽으라면 단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다. 지역 쇠퇴의 주된 원인이 인구 감소나 유출이라는 점에서 두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 수준이다. 인구가 현상 유지는 고사하고 급격히 줄어든다는 뜻이다. 노년부양비는 2017년 18.8명이었던 것이 2067년에는 102.4명으로 늘어난다. 한마디로 부양할 사람은 늘고 이를 책임질 생산가능인구는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누리는 삶의 질과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키워 일당백의 역량을 갖게 하고,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국가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것의 핵심은 교육이다.
첫째, 어려서부터 제대로 배우고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크먼(Hackman) 시카고대 교수에 따르면 교육투자의 수익은 유아 단계가 가장 높다. 반면 이때 생긴 교육결핍은 다음 단계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고, 개인 간 격차는 생애에 걸쳐 누적해서 커진다. 현실은 어떤가.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은 학부모에게 맡겨져 있다. 부모의 관심, 재력, 정보력에 따라 국공립 어린이집부터 사립 유치원까지 교육환경이 각양각색이다.
헌법과 법률은 6년 초등교육과 3년 중등교육을 의무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까지 추진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한 유아교육은 방치한 셈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초중등 교육예산 사정을 볼 때, 유아교육을 의무교육화해서 양질의 보편적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일부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유아교육과 보살핌을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를 버리는 것이다.
둘째, 맞춤형 개별화 교육으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 소품종 대량생산과 압축성장이 필요했던 시절에는 교육에서도 효율성과 표준화를 내세우는 테일러리즘(Taylorism)이 통했다. 학생마다 관심 분야와 흥미, 학습 속도와 스타일이 다른 점은 무시됐다. 일꾼을 빨리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체제에서 개인은 잠재력을 충분히 꽃피우기 어렵다. 뒤처지면 학생 탓으로 돌린다. 대학 지원 시에도 점수 맞춰서 학과를 선택했다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학과 공부에 흥미를 잃고 다른 길을 찾게 된다.
인적자원이 많으면 인재양성에 낭비 요소가 있어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학생 개개인의 관심, 흥미, 꿈과 진로, 학습 역량과 경험을 살피는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자의 역할은 정해진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서 맞춤형 학습 경험을 큐레이팅하는 것으로 변해야 한다. 진로교육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00명 학생에게는 100개의 성공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 학부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사회적 기여다. 하지만 한국 대학은 치열한 랭킹 경쟁 속에서 연구에 초점을 둬왔다. 교수업적 평가도 논문 수에 배점이 높다. 당연히 교육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때 정부는 ‘잘 가르치는 대학’ 사업을 통해 학부교육에서 성과를 보이는 대학을 지원했다. 잘 가르치는 대학과 교수가 대접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평가, 정부 지원, 교수평가 시스템을 혁신할 때다.
끝으로, 평생에 걸친 역량개발 체제가 필요하다. 직업을 서너 번 바꾸며 현역으로 오래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애에 걸쳐 기술수준을 높이거나, 다시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평생학습은 구호나 미사여구가 아니다. 적은 인구로 지금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필수다.
국가는 영토와 국민으로 구성되고 유지된다. 지금처럼 인구가 줄어서는 나라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산을 늘리는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당분간 줄어든 인구로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인재양성 대책도 시급하다.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주도 성장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