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내륙국가로, 국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살펴보면 ‘전 국토의 연결(conectividad)’이 최우선 과제다. 전 국토 연결의 최종 목표는 국경을 마주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거쳐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연결’은 내륙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국가 지상과제다. 마리오 압도 파라과이 대통령이 집권기간 중의 치적을 밝힐 때마다 아스팔트 포장 길이를 꼭 인용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통합대교·차코전쟁영웅대교 등 신설로
이웃국 넘어 대서양·태평양으로의 연결 꾀해
현재 파라과이에서는 미래를 바꿀 교량 3개가 건설되고 있다. 그중 2개를 중심으로 이들 교량이 파라과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파라과이-브라질 국경을 연결하는 ‘통합대교(Puente de la Integración)’다.
파라과이 현대 경제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사건이 있다. 1971~ 1984년 브라질과 함께 ‘이타이푸댐’을 건설한 사건과, 1957년 동쪽의 대서양과 연결하는 동진정책의 일환으로 ‘시우다드델에스테’라는 도시를 건설한 사건이다. 브라질 방향으로 국도가 개설되면서 시작된 이러한 동진정책은 파라과이 동부와 중부의 미개척 내륙지방을 개발하고 인구를 분산시키며 북동부 지역을 세계적인 곡물산지로 발전시키는 발판이 됐다.
181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파라과이는 대양의 길목을 장악하고 있던 아르헨티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브라질을 끌어들여 주변국 간의 지정학적 균형을 맞추는 계기를 만든 것이 이타이푸댐과 동진정책이다. 동진정책의 일환으로 1965년엔 ‘친선대교(Puente Internacional de la Amistad, 파라과이의 시우다드델에스테와 브라질의 포스두이구아수를 잇는 552m의 왕복 2차선 교량)’가 준공됐다. 이 교량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양국 주민들이 도보로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국 친선 교류는 물론 파라과이의 대서양 접근도를 높이는 물류혁명을 촉진해 파라과이가 내륙국의 약점을 보완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제2교량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30여 년의 기다림 끝에 통합대교가 2019년 착공됐고, 현재 준공식만 남겨놓고 있다. 통합대교가 신설되면서 파라과이-브라질 간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연간 150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 이구아수폭포 방문객 중 일부가 이 대교를 이용해 시우다드델에스테에서 숙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적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통합대교가 닿는 프레시덴테프랑코에서 그 접경도시인 시우다드델에스테까지의 연결 순환도로가 아직 준비가 안 돼 통합대교 개통의 완전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하다.
다음은 아순시온의 두 번째 교량인 ‘차코전쟁영웅대교(Puente Héroes del Chaco)’다. 파라과이에는 1880년대부터 유럽 이민자들이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이민자가 정착에 실패했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도로 인프라의 부재였다. 이민자들이 배정된 곳은 아순시온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없는 곳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서부 차코지방으로 이주해 온 독일 이민자들이었다. 이들은 수십 년간 고초를 겪다가 1980년대 들어서야 정착에 성공하기 시작하는데, 1978년 아순시온의 첫 번째 교량인 ‘레만소대교(Puente Remanso)’가 준공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550m 거리의 왕복 2차선 레만소대교가 780km에 이르는 9번 국도로 연결되면서 아순시온과 차코지방, 즉 소비지와 생산지가 원스톱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순시온의 유일한 다리인 레만소대교가 준공된 지 40년이 훨씬 지난 2020년 제2대교가 착공됐다. 볼리비아와 치른 영토전쟁인 차코전쟁(1932~1935년) 참전용사들을 기려 차코전쟁영웅대교로 명명된 이 대교에서 아르헨티나 국경까지는 육로로 불과 40여km다. 왕복 4차선으로 건설되는 이 교량이 내년에 준공되면 향후 수출입 물류비 절감은 물론, 강 건너 ‘신 아순시온(Nueva Asunción)’ 지역의 발전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교량은 차코지방을 동서로 관통하는 ‘양대양(대서양·태평양)연결국도’와도 이어질 것이다. 이 국도는 칠레(태평양 항구), 아르헨티나(북부), 파라과이(차코), 브라질(대서양 항구) 4개국을 연결하는 도로다. 양 대양을 연결하기 위해 파라과이는 현재 브라질과 접하는 625m 길이의 ‘비오세아니카대교(Puente de la Biocéanica)’를 건설 중이며, 곧 파라과이 내 3번째 육로구간 220km에 대해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파라과이에서는 주변국의 움직임 하나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파라과이강과 파라나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아르헨티나가 시작되는데, 지난 10월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 합류 지점부터 아르헨티나 산타페항까지의 648km 구간에 대한 통행세를 신설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통행세는 1톤당 1.47달러로, 통행세가 부과될 경우 파라과이 기업들은 최소 연간 3,500만 달러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의 약 7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런 조치에 대해 파라과이 정부는 1992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 5개국이 체결한 수로이용협약을 근거로 자유로운 통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이 취약한 아르헨티나가 파라과이의 입장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아르헨티나의 통행세 신설 등에 대항하려면
국도·교량 건설해 대체 노선 확보해야 하나 재정이 문제
통행세가 일방적으로 부과되더라도 대체할 노선이 없는 한 대항할 방법은 많지 않다. 결국 대양을 연결하는 국도와 교량을 계속 건설하고 유지하면서 스스로 길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파라과이는 인프라 투자예산을 차입에 의존해 오고 있다. 올해의 경우 국가예산의 15%가 차입이고, 인프라·교육·보건 투자에 배정되고 있다. 파라과이 재무부로서는 국가부채의 증가를 수반하는 인프라 예산의 확대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건전성 정책은 정권의 이념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시행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통합대교가 30년 만에 착공한 원인도 결국 재정문제다. 즉 상환이 불필요한 ‘원조성 자금’이 확보될 때까지 착공이 지연된 것이다.
지난 9월에 유엔 최저개발국·내륙개도국·군소도서국 고위대표실(UN-OHRLLS) 주관 정상급 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파라과이 외무장관은 대서양-태평양을 하나로 연결하는 지역통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경을 넘어서 대양을 연결하는 길을 개척하는 것은 지정학적 균형과도 관련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 건설 중인 3개의 대교(통합대교, 차코전쟁영웅대교, 양대양연결대교)는 단순한 교량의 기능을 넘어 내륙국가인 파라과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이들 교량이 과거의 동진정책과 같은 ‘제2의 경제 기적’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