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ENG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격랑의 국제 기후대응 메커니즘 논의, 국제개발협력의 전략적 역할은?
황금물결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성과평가팀 전문연구원 2023년 01월호


최근 들어 유럽의 폭염, 동남아시아의 돌발 홍수, 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례적으로 비부속서 국가의 제안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 지원을 위한 기후금융 메커니즘인 ‘손실과 피해’ 기금의 설립이 결정됐다. 이 기금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의 손실과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기후정책에서 도외시되거나 탄소감축의 회피책으로 여겨지던 기후적응이 재조명된 것이다. 그러나 기금 규모 및 조달방안, 운영규칙 등 주요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2009년 선진국이 약속한 기후재원 공여가 목표치인 연간 1천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기후 행동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메커니즘 통한 탄소감축 본격 시동 앞두고
감축실적 산정 및 승인 문제 등이 쟁점


국제 기후담론이 합의와 행동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2021년 COP26에서 합의된 국제 탄소시장 세부이행 규칙 제6조의 탄소감축 방안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탄소배출의 단위당 시장가격으로 배출권을 거래하는 협력적 시장 메커니즘이 있다. 또 다른 방안은 대가성 거래 없이 비부속서 국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지원함으로써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의 장기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비시장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감축사업 유치국의 기후적응을 비롯한 역량 강화, 기술 이전, 자원 조달, 탄소세(국경세) 도입 등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다. 

두 방안 중 그동안 주목받아 온 것은 협력적 시장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에서는 당사국 모두가 ‘상응조정’을 통해 국제이전감축실적(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배출권거래제 운영경험과 청정개발체제, 공동이행제도 등 프로젝트성 거래시장의 구축사례를 토대로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신뢰도 높은 국제 탄소시장이 출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당사국이 시장을 통한 신속하고도 비용 효과적인 NDC 달성을 위해 국제 탄소시장에 참여하길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해결해야 할 쟁점들이 있다. 첫째, 감축실적 산정 및 승인 관련 기술 문제다. ITMO 승인은 당사국 간 감축실적 규모와 품질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감축사업 기초선 및 추가성(additionality) 검증 방법론 정립, 유치국의 탄소인벤토리(배출 목록) 및 국가감축등록부 구축 등 감축실적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장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승인 당사자인 유치국의 측정·보고·감축(MRV)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국제 감축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 재정 여력이 감소한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005년 파리에서 선언된 원조효과성 원칙에 따라 감축사업에 투입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경영 리스크 심화로 주력 사업 외 투자 철회가 이어지고, 배출권거래제 가격 하락으로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 인센티브가 낮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개의 감축사업에서 발생한 탄소감축실적을 유치국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국가가 동시에 자국 NDC 달성을 위해 요구하는 이중 계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리 정부는 정부 간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협력국의 정책 변화, 미온적 태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RV 역량 강화, 감축사업 규모화 등으로 시장 작동 보완하고
비시장적 접근법 활용한 개발협력 사업도 병행할 필요


이와 같은 리스크를 상쇄하고 시장 메커니즘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제개발협력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국가지정기구(NDE)의 MRV 역량을 강화한다면 완결성 있는 인벤토리가 구축됨으로써 감축실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장기 기후전략 및 국가개발목표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을 도입해 국제 감축사업을 규모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축사업의 효과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비부속서 국가 투자에 대한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ODA 예산을 일부 혼합하거나 사후 ODA 비율을 제하고 ITMO를 이전받는 방식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기반 기후금융을 통해 유치국과 사전에 합의된 결과가 달성됐을 경우에 한해 ITMO 판매금액으로 감축활동에 투입된 비용을 투자국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이때 투자국은 다시 기후금융 재원을 보충해 재원 조달이 선순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감축사업 유치국이 자체적인 탄소감축 대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치국의 기후기술 성숙도와 기술개발의 한계비용을 고려한 지원과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활용한 정책자문이 중요하다. 이때 해당 국가의 탄소배출량 및 중점 감축 분야뿐만 아니라 국제상쇄를 통한 탄소감축 의사, 국제사회의 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감축목표를 검토한 후 유치국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탄소감축 대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및 기술 협력, 규제, 재정 방안, 집단행동, 모니터링 및 통제 등 비시장 접근법이 고려될 수 있다. 비시장 접근법을 활용한 개발협력 사업을 감축사업 사전단계로 혹은 감축사업과 함께 진행한다면 감축사업의 혜택이 투자국뿐만 아니라 유치국에도 돌아간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즉 당사국 간 거래비용 감소를 통해 ITMO 이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유치국의 기후적응을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부속서 국가(투자국)는 탄소감축을, 비부속서 국가(유치국)는 기후적응이라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ITMO 승인의 패를 쥐고 있는 유치국의 환경과 수요를 고려한 개발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감축과 적응을 모두 아우르는 선도국가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