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경제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시대와 무역·기술·환율·금융 패권 경쟁 등 많은 위험에 처해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불안한 글로벌 경제상황과 함께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새해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미증유의 불황이 덮칠 것이라는 비관론과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유비무환이 답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최악의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 경영이 시급한 시기다.
동시에 위기 뒤 찾아올 엄청난 기회를 잡을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 위기 이후의 기회를 잡으려면 새로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미래혁신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모두를 위한 휴먼 시큐리티’를 슬로건으로 엔터프라이즈 기술혁신, 메타버스·웹3.0, 디지털 헬스, 지속가능성, 모빌리티, 서비스·게임이 6대 기술 트렌드로 제시됐다.
올해 기술 트렌드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지속가능성과 디지털 대전환이다.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부터 CES의 핵심 키워드가 된 지속가능성은 같은 시기에 세계적 열풍이 된 ESG와 직결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중장기적 경영성과가 좋다는 가설에서 시작된 ESG는 최근의 기업 경영 및 투자는 물론 국가 경영에서도 핵심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CES와 함께 세계 양대 기술 전시회로 꼽히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지속가능성과 ESG가 2021년, 2022년 연속 핵심 키워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지속가능성이 소비자 기술과 산업 기술 모두에 핵심 키워드이자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도 지속가능성과 ESG를 기반으로 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위기 이후의 기회를 잡아 글로벌 선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며 ESG 경영·투자가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은 시대정신을 외면한 단견이다. 기후위기, 사회 양극화와 함께 환경·사회의 지속불가능성은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이슈다. 소비자 주류로 진입한 MZ세대의 친환경·사회적 가치 중시 의식,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과 사회 양극화 대응을 위한 포용적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정책으로 ESG가 기업 및 국가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더욱 부각하게 될 것이다.
CES 2023에서 단연 최고의 주목을 받은 세계 최대 농기계 회사 존 디어가 좋은 사례다. 존 디어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 전기 굴삭기 등 최첨단 농업기술 혁신으로 인구 증가, 기후변화 등에 따른 세계 식량위기 극복과 환경오염 감소에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기술혁신을 통한 농업혁명으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ESG 성공사례로 부각된 것이다.
에너지·환경 기술, 순환경제 등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건강·편리·스마트·안전·성장 등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을 실현함으로써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ESG가 인류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자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