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질문에도 답할 수 있으면, 그 인공지능(AI) 인정할게. 나는 필동면옥 냉면을 좋아해. 내가 강남에서 냉면을 먹고 싶은데 필동면옥과 비슷한 맛집을 찾아주면.”
지난 12월 1일 미국의 AI연구소 ‘오픈AI’가 공개한 대화형 AI ‘챗GPT(ChatGPT)’를 놓고서 며칠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호기심을 못 참는 성격이라서 곧바로 챗GPT에 물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직 한국어 데이터 학습이 모자란 탓인지 내놓은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짧은 미국 생활 경험을 염두에 두고서 이렇게 질문을 바꿔봤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필스BBQ(Phil's BBQ) 바비큐를 좋아해. 뉴욕에서 필스BBQ와 비슷한 스타일의 바비큐 레스토랑을 추천해 줄래?” 챗GPT는 뉴욕에 있는 다섯 곳의 바비큐 레스토랑을 추천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옐프(Yelp)’나 ‘트립 어드바이저’ 같은 사이트의 최근 후기를 꼭 살피라고.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챗GPT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었다.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 궁리하다가 챗GPT에 물었다. “챗GPT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해. 재미있는 사례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게 있을까?” 이 AI는 일단 칭찬부터 했다. “글을 사례로 시작하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러고 나서, 챗GPT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챗봇 AI와 함께 여행계획을 짜는 사례로 글을 시작해 보길 권했다. 실제로 나는 (아이디어 소스를 밝히고 나서)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가려는 단짝 친구가 챗GPT 같은 AI와 함께 여행계획을 짜는 가상의 일화로 그 글을 시작했다.
이렇게 두 달 정도 챗GPT와 놀아보고 나니, 어쩌면 지금 우리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야후(1994년)-라이코스(1994년)-구글(1998년) 같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가 199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가 지난 30년간 우리의 앎과 삶을 얼마나 바꿔놨나?
거의 30년 만에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엄청난 양의 다양한 언어 정보를 습득한 챗GPT와 같은 언어 AI가 등장했다. 오픈AI가 공개한 지 고작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도 놀라운 경험 사례가 쌓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셸 황이라는 개발자는 자기가 10대 때 썼던 일기장을 모조리 챗GPT에 학습시켰다. 그랬더니 ‘10대의 나’와 ‘지금의 나’가 대화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 세상을 뜬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말이나 글을 AI에 학습시킨다면, 마치 살아 있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냉담하기까지 한 현실 관계에 지친 누군가가 교양 있고 따뜻하고 맞춤한 대화 상대가 돼주는 AI 챗봇으로 도피하는 일도 더는 영화 속 가상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교육, 직업, 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을 AI 시대에 맞춤해서 점검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참, 이 글을 쓰기 전에 챗GPT를 경제학자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 AI가 이렇게 답하더라. “경제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서 정렬하고 요약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