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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여울의 나란히 한 걸음아프리카 여행자의 평온한 안식처, 모잠비크
김후영 『언젠가 한 번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저자 2023년 03월호


‘아프리카는 야생동물의 낙원’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아프리카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55개 국가 중 25개 나라를 여행한 나의 지론이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모잠비크는 야생동물과는 거리가 멀다. 코끼리 등이 존재하긴 하지만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많거나 유명한 것은 아니다. 남부 아프리카에 자리한 모잠비크는 인도양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나라다. 어디를 가나 북적이지 않고 순박한 분위기인 도시와 어촌이 여행자의 마음속에 쉽게 스며든다. 콜로니얼 건축물이 자리한 골목을 지나 드넓게 펼쳐진 해변으로 나가면 맑고 소박한 바다풍경이 안식을 준다.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차분한 일상과 쾌적한 휴식 찾을 수 있어


모잠비크의 수도인 마푸토(Maputo)는 모잠비크 최대의 항구 도시이자 문화·경제 중심지다. 17세기 말 포르투갈 상인들은 마푸토를 상아 무역의 주요 항구로 사용했다. 이 도시에 처음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도심의 낡은 고층 아파트였다. 열악한 모습이었지만 그 풍경이 도시의 전부는 아니었다. 도심으로 좀 더 들어가자 곧 단아한 교회와 모스크가 공존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르투갈 식민 시대에 세워졌을 법한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들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푸토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마푸토 요새가 세워져 있다. 이 요새는 유럽의 오래된 성을 연상케 하는 곳은 아니었다. 과거 포르투갈인들이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 세운 것으로 외벽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요새 내부에는 오래된 대포들이 한데 모여 있고 한편에는 현지인 노예와 노예상인들의 모습이 묘사된 부조가 놓여 있었다.

마푸토의 일상을 보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갔다. 거리 분위기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서아프리카 대도시에서 봐온 잔혹한 빈곤이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일상과 삶의 고단함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중앙시장을 둘러보니 살이 통통하고 몸집이 제법 큰 새우를 바구니에 담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장에 들어서 먼저 과일을 찾았다. 각종 열대과일이 탐스러워 보여 무르익은 망고 몇 개를 사서 배낭에 넣었다.

마푸토를 떠나 북동쪽 해안에 자리한 토포(Tofu)라는 곳을 찾아갔다. 마푸토에서 500km 떨어진 곳으로 버스로 8시간 넘는 거리였다. 미니버스를 탔는데 천장이 낮아 서 있는 사람들은 머리와 허리를 잔뜩 숙인 채 버텨야만 했다. 아프리카 여행에는 늘 이런 고충이 따른다.

토포를 찾은 이유는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때 이곳은 히피들의 성지였다. 인도의 고아(Goa)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유럽 관광객들이 해변에서 마음껏 뒹굴다가 떠나는 곳이었다. 오늘날에는 서핑과 다이빙을 즐기는 부류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파도가 높고 인근에 산호도 풍부하다.

모잠비크의 해변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다. 얼마 만인가! 해변을 거닐며 쾌적한 발걸음을 느껴본 것이. 여행이 주는 휴식에 목말라 있던 나는 그 최상의 가치를 이 해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묵직한 바람이 내 등을 바다로 떠미는 순간 해변의 나무들이 파도와 함께 바람의 등쌀에 못 이겨 춤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토포에서 북쪽으로 22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냠바느(Inhambane)는 1498년 포르투갈 항해가인 바스쿠 다 가마가 기착한 곳으로 유명하다. 토포에서 이냠바느로 향하는 시골길은 무척이나 정겨웠다. 잘 닦인 아스팔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한적한 도로 위를 삼삼오오 걸어가는 학생들의 하교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창 밖으로 간혹 원추형 초가집도 보였다.

다음 날 아침 진부한 일상과 쇠락한 영광이 뒤섞인 듯한 시내를 탐방하기 위해 나섰다. 포르투갈에서 봤던 고전적이면서도 소박한 사각형태의 시계탑을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냠바느는 모잠비크의 그 어느 곳보다 포르투갈 식민 시대의 흔적이 짙게 남은 곳이다. 마푸토에서 드문드문 봤던 콜로니얼 스타일의 건물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야자수가 우거진 해안도로를 따라 거닐자 드넓은 갯벌이 나왔다. 해변에서 팬티만 입고 물놀이를 하는 동네 꼬마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인근 어촌을 방문하니 인부들이 전통방식으로 만든 돛단배에 포대를 싣고 있었다. 위풍당당한 작은 돛단배는 주민들의 삶을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어촌의 소박한 일상이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호화 휴양지를 꿈꾸는 ‘안개의 섬’ 바자루토

다음으로 ‘안개의 섬’이라는 묘한 이름을 지닌 바자루토(Bazaruto) 군도로 향했다. 바자루토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모잠비크 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호군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유명해 찾아오는 스쿠버 다이버들이 적지 않다. 또한 듀공 300여 개체가 살고 있는데,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듀공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바다생물이다.

한때 모잠비크는 남아공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찾던 곳이었고 상당수가 원시적 풍광을 간직한 바자루토를 방문했다. 그 흐름은 1977년부터 15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끊겼다가 정치적 안정을 찾으면서 방문객이 다시 늘고 있다. 오늘날에는 세계적 규모의 고급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는 추세다. 실제 이곳 주민들조차도 바자루토의 도약을 꿈꾸며 경제적 발전을 기다리고 있다.

바자루토로 가기 위해 우선 마푸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빌란쿨로(Vilankulo)라는 거점도시로 향했다. 빌란쿨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바자루토 군도에서 즐기는 스노클링 투어를 신청했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 위에 몸을 실으니 돛단배를 타고 고기잡이에 나선 어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찾아간 섬은 마가루크(Magaruque)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그야말로 날 것의 자연 공간이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섬 주변 아름다운 산호들을 보기 위함이다. 섬에 도착할 무렵 멀리 플라밍고 무리가 떼 지어 나는 모습이 반짝거렸다. 바다 위로 날아가는 플라밍고 무리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각종 새들의 천국이었다. 해오라기류 무리도 관찰할 수 있었고 왜가리처럼 생긴 새도 볼 수 있었다.

스노클링 포인트는 카르스트 지형이 넓게 포진된 해안 끝자락이었다. 물속에 들어가 보니 산호 주변으로 수많은 열대어가 유영하고 있었다. 손에 쥔 빵 부스러기를 주자 수많은 물살이(물에 사는 생물)가 몰려왔다. 바닷속에 에덴동산이 있다면 이와 같을까? 조물주가 창조한 형형색색의 바다생물들이 흑암의 깊은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빌란쿨로로 돌아올 무렵 바자루토의 바닷속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드러났다. 그것은 마가루크로 떠나는 보트를 타기 위해 이른 아침 찾아갔던 해안가의 모습이었다. 여러 척의 어선이 바다에 떠 있었고 그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어부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한편에서는 보트를 타고 어딘가로 가려는 현지인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보였다. 작지만 꾸밈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모습 속에서 내가 이곳의 생생한 현실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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