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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빅데이터로 본 생활변화관측기지금의 여행은 관광이 아닌 경험이다
신수정 바이브컴퍼니 수석연구원 2023년 04월호

가벼운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요즘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특색 있는 숙소다. 특별한 숙소 경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을 대변하는 것이 ‘○캉스’의 진화다. 소셜미디어에서 심화하거나 확장되는 담론을 분석할 때 유용한 분석방법 중 하나가 특정 접두사로 시작되거나 특정 접미사로 끝나는 말을 분석하는 것인데, 이제는 전 국민이 아는 단어인 호캉스에서 시작된 ○캉스는 2020년 11개에서 2021년 15개, 2022년 19개(블로그, 10건 이상 언급된 키워드 기준)까지 늘었다. 자연에서 즐기는 휴가인 ‘촌캉스’, ‘숲캉스’, 그냥 호텔이 아니라 스위트룸과 풀빌라에서 즐기는 ‘스캉스’, ‘풀빌라호캉스’까지 ○캉스의 저변이 넓어졌다. 내가 직접 고르고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곳에 묵는 경험은 호텔만큼이나 만족스러운 경험이기에 ○캉스로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캉스의 진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새로운 ○캉스 장소로 언급되는 숙소의 대부분이 결코 5성급 글로벌 호텔 체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아는 사람만 알 법한, 유서 깊은 한옥 독채 펜션이거나 도심에서 쉬이 볼 수 없는 가슴이 뻥 뚫리는 자연뷰를 마주할 수 있는 숙소, 주인장의 독특한 인테리어 감각이 공간 곳곳에 녹아 있는 개성적인 숙소들이다. 숙소의 방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인데, 각각의 방이 서로 다른 구조와 뷰를 갖고 있기에 어떤 방에 묵었는지도 ‘복붙’되지 않는 나만의 고유한 경험이 된다.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는 시원하게 뚫린 자연을 보며 고기를 굽고, 밤하늘을 보며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과 누구의 핸드폰 야경 사진이 더 잘 찍혔는지 겨루며 훗날 두고두고 나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지금의 여행은 특정 목적지를 찍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 방문하면서 얻은 지식을 내면화하고 기억할 만한 에피소드로 남기는 서사적 경험이다.

지금의 여행이 관광이 아니라 경험이 됐음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현이 ‘○○맛집’이다. ○○맛집이라는 표현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데 디저트맛집, 고기맛집처럼 특정 음식이 맛있는 집이라는 뜻이 다수를 이루기는 하나, 뷰맛집, 분위기맛집처럼 공간이 제공하는 풍경과 멋을 알아채고 말하는 경우도 늘었다. 뷰맛집에 대한 관심은 2020년 1,150건에서 2023년 2월 6,983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식음공간 경험의 범위가 음식의 맛에서 비주얼로, 지금은 경치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분위기로 심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뷰도 그냥 예쁘고, 멋지고, 아름다운 뷰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수뷰, 산뷰, 숲뷰, 논뷰처럼 마주한 뷰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의미화해서 표현해 낸다. 고유한 언어를 갖는 순간, 풍경은 감상이 아니라 의미의 대상이 된다.

지금 우리가 여행에서 원하는 것은 이전의 관광과 크게 다르다. 계획은 빗나가고 실수를 연발하더라도 숙소에서 바라본 잊지 못할 풍경과 소리, 애착을 가졌던 공간, 여행의 동반자와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까지 그득히 들고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나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여행이 됐다. 멀지 않아도 괜찮다. 4월에는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 가벼운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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