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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문가 기고아이 낳고 싶은 사회, 행복한 사회는 양성평등한 인식에서부터
장인자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2023년 05월호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몇 점일까?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조사한 2022년 국가별 행복지수 결과에 따르면 10점 만점에 5.935점, 조사 대상 146개국 중 59위다. 세계 10위 경제수준에 비해 낮은 점수다. 국민소득 기준으로 세계 최상위 국가인 미국이나 싱가포르는 16위와 27위다. 눈에 띄는 것은 1위 핀란드와 2위 덴마크를 필두로 아이슬란드(3위), 스웨덴(7위), 노르웨이(8위) 등 북유럽 5개국이 모두 최상위권에 포진했다는 것이다. 이들 외에 스위스(4위), 네덜란드(5위), 이스라엘(9위), 뉴질랜드(10위) 등이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로 꼽혔다.

스웨덴, 양성평등 정책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 도모…
대한민국 여성임원 비율 5.2%에 그치나 스웨덴은 32%


북유럽 국가들이 두루 높은 행복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안정된 경제, 촘촘한 복지서비스망, 투명한 정치 등이 핵심 요인으로 꼽히지만, 필자는 그 모든 것에 더해 ‘양성평등’한 사회 분위기와 그 작동 시스템을 충분조건으로 들고 싶다. 예컨대 스웨덴에서는 남성이 자녀 양육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끔 하는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부모가 총 480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중 90일은 아버지만 쓸 수 있어서 ‘대등 육아휴직’ 혹은 ‘파파 휴가’라고 부른다. 파파 휴가를 통해 아버지의 양육과 돌봄 시간을 늘려 교육에 대한 책임을 부모가 상호 공평하게 나누게 하는 것이다.

‘양성평등’을 정책적·제도적으로 구조화하고 강화해 가는 이유는 비단 그것이 ‘올바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난제가 ‘저출생·초고령화’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돈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면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없고 1.3명 이하가 되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미 마지노선을 한참 넘어서 있는 셈이다. 여기에 가속하고 있는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고령인구 부양 등의 비용 부담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또 생산인구의 감소에 따른 경제 활력 및 생산성 저하 그리고 세수 감소 등은 국가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예고한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양성평등 정책 시행 및 여성의 사회적 진출 강화 등을 통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73.3%이고 대한민국은 57.7%다. 스웨덴에서는 자녀 양육과 가사 관련 여성 부담이 여러 정책·제도 등에 의해 남성 파트너와 공평하게 분담되는 만큼 여성의 취업과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이 많다고 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22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52명으로 대한민국(0.78명)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일할 기회가 주어지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만큼 덜하고, 이른바 ‘독박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출산을 덜 꺼리게 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의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임금은 4,442만 원, 여성은 2,934만 원으로 약 1.5배 차이가 난다. 한국남성이 1만 원을 받을 때 한국여성은 그 66.1% 수준인 6,610원을 받는 것이다. 같은 해 대한민국 상장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은 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스웨덴의 여성 임금은 남성의 약 88%, 여성 임원 비율은 32%로 대한민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와 ‘차별’의 결과가 ‘현생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래 최악’이라는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 그리고 행복지수 세계 59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평등’한 사회는 교육 통해 인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
교육과정 안팎에서의 성차별 개선 등 양성평등 정책 지속돼야


‘양성평등’의 가장 큰 효능은 여성뿐 아니라 모두가 ‘살 만한’ 세상을 기대하고 소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사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은 “여성이 행복하지 않으면 남성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세상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과연 누가 홀로 행복할 수 있을까? 여성이 자립하고 자존할 때, 비로소 온 세상이 행복하게 공생하고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구성 요건인 자립과 자존은 돈만으로 채울 수 없다. 정책과 제도는 성평등 친화적인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그 자체로 성평등한 관계와 세상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성평등’한 사회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성평등한 인식’에서 시작하고 갈음된다. 정책과 제도, 경제적 보상은 ‘행동’을 바꿀 수 있지만 ‘생각’을 바꾸기는 힘들다.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이 곧 교육의 힘이고 본령이다.

이에 교육부는 2018년부터 양성평등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양성평등한 인식을 가진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내에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 생활지도 등 교육과정 외에서의 성차별을 개선하며, 교사의 양성평등한 인식 제고를 위한 연수를 강화했다. 또한 교과서 개발 및 수정·보완 시 성인지 관점을 반영하고, 학교 시설 등 물리적 환경 운영에서의 성차별을 개선하고 있다. 그리고 양성평등 고등교육체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립대의 양성평등 교육 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등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양성평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에서 미래세대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학교 내 성폭력 피해 실태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보호·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초중고와 대학의 성희롱·성폭력 대응체계를 개선하고,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징계 강화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학교 내 불법촬영 근절을 위한 예방과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아동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초등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보육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늘봄학교를 통해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참여인원을 늘리며, 초등 돌봄교실 운영을 확대하면서 질적 수준도 개선하고 있다.

교육 분야 양성평등 정책이야말로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활기찬 직장과 경제를 만들며, 지속 가능한 사회와 국가로 나아가는 최선의 투자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위해 교육부 양성평등 정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돼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교육이니까, 양성평등한 인식을 갖춘 미래세대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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