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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빅데이터로 본 생활변화관측기시대의 트렌드, 갓생&루틴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 『트렌드노트』 시리즈 공저자 2023년 05월호

Z세대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열심히 사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갓생’이다. 갓생은 신이라는 뜻의 ‘갓(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단어로 신과 같은 삶을 뜻하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니라 ‘과정적으로 부지런히 사는 삶’을 말한다. 갓생은 이런 식으로 쓰인다. “갓생 살기 프로젝트”, “갓생 가자!”, “겨울방학 때 정말 갓생 살 거예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촘촘한 계획표로 채우고, 이를 실천할 것을 선언하고, 실천한 뒤 인증을 한다. 갓생은 타인에 의해 주어진 숙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에, 스스로 정한 규칙을 적용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스로 인증하는 시간관리다.
핵심은 시간 운용의 책임이 개인에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시대가 아니라 개인의 시대가 됐을 때 개인은 시간의 주인성을 획득한다. 주52시간제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정점을 찍은 시간관의 변화는 우리 사회 많은 변화의 근간이다. 개인의 시간이 증가했고, 시간의 주도권을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쥐게 되면서,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선언적 키워드 ‘루틴’의 언급량이 늘었다(<그림> 참조).

‘갓생’과 ‘루틴’은 이 시대의 성취와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론을 대표하는 단어다. 이 시대의 성취는 꾸준함 그 자체다.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효율적인 성취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성취 과정을 기록함으로 나의 효능감을 획득한다. 꾸준히 할 수 있는 행위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그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꾸준히 할 수 없다. 마라톤이 아니라 즐겁게 30분 걷기·달리기 코칭앱 ‘런데이’가 뜨는 이유다.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위해 3개월을 연습한다면 그 3개월은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남고 마라톤 완주는 실패와 성공 두 가지 갈래로 판가름 난다. 하지만 3개월 동안 30분 달리기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매일 오늘의 성취를 판단할 수 있다.

과정이 결과보다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달성가능성은 높다. 성실이 창의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실은 증명이 가능하다. 100점짜리 창의성은 사진 한 장으로 보여주기 어렵지만 100일짜리 성실함은 논쟁 없이 확인 가능하다. 효율적인 성취라는 열망과 성취할 것이 없다는 현실 사이의 갭은 매일 행하는 루틴을 통해 메워진다. 루틴의 궁극적 목표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다.

갓생과 루틴은 특정 세대의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다. 젊은 사람들이 먼저 알고, 먼저 받아들이고, 먼저 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대의 흐름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미라클모닝챌린지 ○○일 차’로 카톡 프로필 메시지를 매일 바꾸는 사람들, 특정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관리를 위해 피부과를 방문하는 사람들, 정해진 기간 한 줄이라도 꾸준히 블로그를 쓰기만 하면 성공이라고 말하는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모두 일정 기간 매일매일,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몇 등 안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동한 사람에게 박수를 치는 방식이다. 이제 소비자를 루틴으로 연결하고 지속적인 행위를 독려하는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