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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달 1음반직설적 솔직함, ‘틱톡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3년 05월호

질문부터 던져본다. 당신이 가장 많이 쓰는 ‘(음악과 관련된) 앱’은 무엇인가. 당연히 나는 알 수 없지만 질문을 다음처럼 조금만 바꿔보면 정답을 바로 제시할 수 있다. “흔히 Z세대라고 하는 전 세계 10대, 20대가 가장 즐겨 쓰는 (음악과 관련된) 앱은 무엇일까?” 바로 ‘틱톡’이라는 플랫폼이다.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먼저 틱톡에 대해 설명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틱톡은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질문이 곧장 따라올 것이다. “동영상인데 음악이랑 무슨 상관인가.” 아니다. 상관있다. 그것도 매우, 대단히 상관이 있다.

요약하면 틱톡을 통해 음악으로 화제를 모은 뒤 슈퍼스타가 된 경우는 이제 차고도 넘친다. 더 키드 라로이라는 뮤지션은 틱톡을 통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발표한 곡 ‘Stay’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4주간 거머쥐었다. 힙합 뮤지션 릴 나스 엑스는 그의 곡 ‘Old Town Road’가 틱톡에서 챌린지용으로 거듭 쓰이면서 빌보드 싱글 차트 19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쏘아 올렸다. 지코의 ‘아무노래’ 역시 틱톡의 덕을 단단히 봤던 케이스다. 

 

전 세계 틱톡 다운로드 횟수는 무려 30억 회가 넘는다. 월간 사용자 수는 대략 10억 명. 플랫폼별 하루 사용 시간 역시 틱톡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레코드 회사 홍보팀이 현재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매체는 단연코 틱톡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 중 3분의 2 이상이 틱톡에서 들었던 음악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다시 찾아서 듣는다고 한다. 뭐로 보나 상당한 유입률이다. 따라서 ‘틱톡 인기 BGM=차트 히트곡’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뮤지션들 외에 다음 가수가 이것을 명확하게 증거한다. 바로 올리비아 로드리고다.

배우로서는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지만 가수로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던 와중 ‘drivers license’가 틱톡에서 ‘이별송’으로 쓰이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8주간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기실 ‘drivers license’를 비롯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음악들은 한마디로 ‘맵다’. 잔뜩 날이 서 있고,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그의 또 다른 대표곡이라 할 ‘Sour’의 다음 가사를 보면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열일곱은 지겨워. 빌어먹을 틴에이지 드림은 어딨는데? ‘젊음을 즐기세요’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난 그냥 울어버릴 거야.”
‘drivers license’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빨리 남자친구를 차에 태워주고 싶어서 면허증을 땄는데 따놓고 보니까 이놈이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린 상황을 묘사한 노래다. 더 나아가 ‘good 4 u’에서는 전 남자친구에게 ‘소시오패스 같은 인간’이라며 독설을 내뱉는다.

나 같은 나이 먹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는 좀 유치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10대 시절을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유치하지 않았던 10대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디 있나. 이런 직설적인 솔직함이 Z세대에게 어필하면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틱톡을 넘어 스트리밍 차트 순위를 석권하고 이내 그래미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음악 전문지 『롤링 스톤』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음악을 “10대들을 위한 『캔터베리 이야기』”라고 표현한 이유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자신의 음악에서 헤매고 갈팡질팡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10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10대를 되돌아보면 남은 것은 후회뿐이다. “조금 더 헤매고 갈팡질팡할 걸” 하는 후회. 따라서 좋은 어른의 책무란 10대들이 마음껏, 그러나 조금은 더 ‘잘’ 헤맬 수 있도록, 너무 티 내지는 말고, 은근히 지원해 주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