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시대, 대한민국은 지금 ‘도약’의 발판 위에 서 있다.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기술혁신을 시도하고 있고, 당장 필요한 고급인력을 영입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도 기술과 산업 혁신을 이끌 핵심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 발표를 출발점으로, 지난 10월엔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면서 민관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당장은 우수한 청년들이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각 산업 분야로 적기에 유입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장기적인 시야로 미래 인재를 준비하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초중고 디지털교육 강화가 그것이다. 학교 안에서 디지털교육이 본격화한 계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SW교육이 필수화되면서다. 그 시간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현장의 요구와 디지털 인재 부족이라는 사회적 현안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는 학교 정보교육 시간이 기존의 2배로 확대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마음은 여전히 조급하다.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에 비해 학교교육의 변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상위 교육정책인 국가교육과정이 바뀌면 각 교육 주체는 그에 맞춰 단계적으로 준비를 해나간다. 바뀐 정책을 반영해 교과서를 바꾸고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한다. 또한 교사들은 수업을 새로 설계한다. 그런데 이 기간이 2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에 기술은 더 빠른 속도로 달아나 버린다.
그래서 선택한 정책대안이 바로 ‘디지털 새싹 캠프’였다. 현장에서 이미 디지털 인재를 키우고 있는 대학, 기업 등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한 정책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이 SW·AI 캠프에 90개 기관이 참여했고, 18만 명의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참가해 다양한 주제와 수준의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다행히도 참가 학생들은 이 교육들이 꽤 흥미로웠던 것 같다. 다음을 기대하는 눈치다.
AI를 꽤 멀게 느꼈던 학생들이 이 분야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도록 한 것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 관심을 계속 유지하도록 도우면서 이들을 전문가로 키워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모두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디지털 소양을 갖춘 시민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이 꿈을 키울 수 있게 ‘이어진 길’을 만들어주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사회문제를 공공의제로 선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에 한정된 자원을 배분한다. 그때그때 선택된 정책대안들로 구성된 지금의 디지털 인재 육성정책은 툭툭 끊어져 있고 참여 기회는 여전히 적다. 관심 있는 모든 학생이 주변에서 기회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단계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촘촘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학교가 모든 교육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나서 함께 도와야 한다. 그래야 ‘새싹’을 제대로 틔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