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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여울의 나란히 한 걸음앙코르와트 너머의 캄보디아
김후영 『언젠가 한 번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저자 2023년 06월호

앙코르와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캄보디아. 하지만 그것이 캄보디아의 전부는 아니다. 앙코르와트를 넘어 캄보디아의 숨은 매력을 찾아 떠나본다.

인도차이나반도에 자리한 캄보디아는 면적이 우리나라의 1.8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약 1,700만 명에 불과하다. 캄보디아는 나에게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처음 다가왔다. 1985년 국내 개봉 당시 중학생이던 내게 이 영화는 캄보디아에 대해 이념의 갈등과 전쟁의 참상 이미지만을 강하게 남겼다. 

두 번째로 만난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2000년대 초 앙코르와트 일대 유적을 촬영하기 위해 5일간 머물렀고 그 후 번화한 시엠레아프(Siem Reap)의 호텔, 리조트 등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한번 방문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캄보디아. 가보지 않은 곳을 탐사한다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이번 캄보디아 여행은 베트남의 푸꾸옥(Phu Quoc)에서 시작했다. 한국에서 푸꾸옥으로 가는 항공권이 상당히 저렴한 데다 지리적으로 캄보디아 남동부 해안에서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푸꾸옥 국제공항에 도착해 먼저 항구로 가서 페리에 승선했다. 한 시간여 만에 하티엔(Hà Tiên)이라는 작은 항구도시에 도착했고 오토바이택시를 타고 국경으로 향했다. 국경에서 캄보디아 비자는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국경소에서 다시 40여 분을 달려 까엡(Kep)에 도착했다.

까엡은 꽃게잡이로 유명한 어촌이다. 해안가에 거대한 꽃게 동상이 있을 정도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현지 식당에서 두 차례 꽃게 요리를 즐겼다. 우리네 꽃게보다는 식감이 다소 거칠지만 현지 향료를 사용한 게 요리는 더운 날씨에 입맛을 돋게 하는 별미였다.

까엡에서 머무는 동안 토끼섬이라 불리는 곳을 방문했다. 현지어로는 카오 톤세이(Koh Tonsay). 길이가 200m인 작은 섬이다. 해안가의 높은 야자수 행렬이 멋진 섬이었다.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여행객들이 제법 많았다. 아쉽게도 이 섬의 해안가는 물이 너무 얕아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놀기에는 좋아어린아이를 둔 많은 현지인 가족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궁금했던 곳이 바로 시아누크빌(Sihanoukville)이었다. 약 16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예로부터 캄보디아 최대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길게 늘어선 거대한 해변은 베트남 다낭(Da Nang)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는 1863년부터 1953년까지 인도차이나 전역을 식민 통치하기 위해 메콩 델타 지역(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일대) 개발에 주력했다. 1953년 캄보디아의 독립과 함께 무역항이 필요해지자 프랑스는 시아누크빌 항구 개발을 지원했고 이 도시는 캄보디아 최대 무역항이 됐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지난 몇 년간 시아누크빌은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이 돼버린 수많은 고층건물의 창고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중국 투자가들이 몰려 호텔과 카지노, 관광업 개발에 열을 올렸지만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이다.

야자수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기는 코롱

이어서 시아누크빌을 찾은 많은 여행자가 코롱(Koh Rong)이라는 열대 섬으로 향한다. 시아누크빌에서 배편으로 45분 거리에 불과한데 도착해 보니 마치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나 몰디브에 온 기분이었다. 그만큼 시아누크빌과 코롱의 분위기는 천지 차이였다. 너울거리는 야자수와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겨줬다. 이틀간 머문 코코넛 비치는 한적한 곳이라 쉬기 좋았고 낭만적인 목제 방갈로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어 운치가 있었다. 각국에서 온 여행자도 만날 수 있었다. 해변 끝자락에 놓인 암석 사이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다양한 열대어를 만나기도 했다.
하루는 스쿠터를 대여해 섬을 둘러봤다. 안타깝게도 팬데믹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된 리조트나 해변의 몇몇 편의시설이 눈에 띄었다. 섬 주민의 일상을 살짝 엿보기도 했고 길가의 간이식당에 들러 맛난 국수를 맛보기도 했다.



<킬링필드>의 악몽에서 벗어난 프놈펜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Phnom Penh)은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다. 영화 <킬링필드> 속 프놈펜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번잡한 길에 현대식 건물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었다. 내가 머물렀던 두옹 찬 호텔(Duong Chan Hotel)의 루프탑 수영장에서는 멋진 도시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어둑해지면 반딧불이 깜빡이듯 도시의 불빛도 여기저기서 반짝거렸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여행자들은 야행성 동물처럼 프놈펜의 밤거리를 배회한다. 야시장에는 흥겨운 공연과 의류, 잡화를 파는 가판대의 북적거림이 어우러져 있다. 한편에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이곳에서 시원한 해물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야시장 주변으로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룬 유흥가가 자리해 있다.

다음날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왕궁을 둘러봤다. 캄보디아는 입헌군주제 국가로 왕이 국가의 수반이며, 국왕이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를 임명한다. 현재의 왕궁에는 1866년부터 캄보디아 왕실이 거주하고 있다. 다만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주(Khmers Rouges)가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정권을 장악했던 시기(1975~1979년)에는 이곳이 비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푸꾸옥으로 가는 길에 캄포트(Kampot)에 잠시 들렀다. 도심 중앙에는 이 도시의 명물 두리안의 조각상이 놓여 있다. 까엡 시장에서 맛봤던 두리안이 캄포트에서 생산된 두리안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캄포트 시내의 작고 소담한 골목 사이에는 프랑스 식민지 유산이 남아 있었다. 유람선이 오가는 강가에서는 강줄기를 따라 유유자적 흘러가는 조각배도 만났다. 서서히 사라지는 조각배의 뒷모습을 보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마치 조용한 음성으로 자유를 외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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