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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빅데이터로 본 생활변화관측기동경의 소비, 사랑의 소비, 필요의 소비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 2023년 07월호

요즘의 소비를 ‘취향 소비’라고 한다. ‘소비의 선택 기준이 개인에게 있으니 무조건 존중해 달라’는 의미로 쓰이거나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더라’는 식으로 이해보다는 인정이 강요되는 키워드다. 기업에서는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맞춰야 하니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는 당위적이면서도 모호한 의미로 쓰인다. 취향 소비라는 포장지에 거칠게 싸여 있는 지금의 소비를 살펴보자.

취향 소비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취향은 나노 단위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취향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나노 단위로 나뉘어 있다면 어떻게 모두가 루이스폴센 펜던트 조명을 좋아하고, 많은 이가 같은 맛집에 줄을 서며, 다수의 카페가 천장 마감을 하지 않고 골조를 드러낼 수 있겠는가. 정보가 공유될수록 쏠림 현상은 강화된다. 선택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세는 있다. 특히 인테리어처럼 계속 성숙해 가는 시장에서는 대세가 중요하다. 이 경우 취향이 나뉜다고 보기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제안되고, 소비자가 그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봐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에서 취향은 나뉘기보다는 높아지고 깊어질 여지가 더 많은 것이다.

취향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취향은 실용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필수가 아닌 것에 ‘취향’을 수식어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가전이다. 식물 재배기, 의류 관리기, 특별한 조리기 등 이색 가전에 ‘취향’이라는 수식을 붙인다. 취미와 취향을 혼동한 것이 아닌가 한다. 취향은 가장 실용적인 것, 가장 필수적인 것에서 발현된다. 모든 것이 다 외주화돼도 끝까지 집 안에 남아 있을 단 하나의 가전, 냉장고는 오히려 취향이다. 요즘 냉장고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문 색을 고를 수 있다. 문 여는 방향도 왼쪽, 오른쪽 선택할 수 있고, 같은 흰색도 유광, 무광을 선택할 수 있다. 취향은 진화할수록 잡지 속에 있지 않고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외국 잡지에서만 보던 인테리어 취향이 7평 자취방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취향을 마음의 쏠림이라고 이해하면 취향으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때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마음의 쏠림을 따르고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진다. 다만 지금의 소비는 소비처에 따라서 자원 배분이 극명하게 구분된다. 최상급을 원하면 1.5를 지불하고, 아낄 수 있는 곳에는 0.25도 아까워한다. 동경의 소비, 사랑의 소비, 필요의 소비에 따라서 자원을 달리 배분하는 것이다.

‘동경의 소비’는 호캉스, 파인다이닝, 골프 등 소비 빈도가 낮고 급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누림의 대중화 속에서 VIP라 불리는 일부의 소비에서 저변이 확대됐다. ‘사랑의 소비’는 가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와의 관계와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다. 특정 카페 브랜드에서의 행복한 시간, 특정 패션 브랜드를 통해 드러내는 나의 정체성은 돈을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애정을 나누는 관계다. 소비 빈도가 높고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주의하고 애정이 식지 않도록 새로움을 유지해야 한다. ‘필요의 소비’는 무조건 아까운 돈이다. 통신비, 주유비, 관리비, 배달비 등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든 결과에 큰 차이가 없는 영역이다. 지성소비라 불리는 트렌드 속에서 해당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아낄 수 있다면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한우 오마카세로 나를 극진히 대접할 수 있다. 한 사람 안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동경의 소비와 사랑의 소비, 필요의 소비가 교차한다. 목적에 따라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이 시대의 합리적 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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