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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지식 기반 개발협력사업, 디지털 전환 및 혁신 지원 등 새로운 역할 요구돼
한재현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정책자문2팀 전문연구원 2023년 07월호

기업과 산업 혁신의 저해 요소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불명예 전당의 꼭대기에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가 있다. 그러나 기업과 산업의 혁신 속도에 맞춰 제도를 적시에 정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과연 이런 괴리를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최근 전 세계의 혁신 트렌드는 두말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회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로 이미 전 세계, 전 분야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는 선진국·개도국 구분 없이 맞이할 미래이기에 생존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각국의 고민이 크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과 혁신정책에 대한 각국 정책 설계자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마주하곤 한다. 통상 200개가 넘게 접수되는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 2004년부터 기획재정부 주관하에 KDI가 수행하고 있는 지식 기반 개발협력사업) 신청서에는 ‘디지털 전환’과 ‘제도 혁신’ 두 키워드가 빈번하게 언급된다. 2022~2023년도 KSP 사업으로도 우즈베키스탄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촉진과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가 선정됐다.

디지털 혁신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하는 우즈베크에
시행착오 최소화 및 기술·산업 혁신 지원


2020년 우즈베키스탄 경제발전빈곤퇴치부(현 경제재정부)가 제1차관 명의로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정책개발 경험 공유를 요청했다. 한국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시기와 운영기간 측면에서는 영국,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들에 비해 연혁이 짧지만 수행과제 규모 측면에서 경험이 많아(2023년 6월 기준 918건) 정책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기업 친화적 혁신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였다.

지난해 7월 KDI 자문단은 핀테크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정책자문을 실시하기로 최종 협의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전략 2030’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의 풍부한 규제 샌드박스 과제수행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후발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의 제도 도입과 이행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결과적으로 핀테크산업 육성과 제도·규제 혁신 촉진을 지원하고자 했다.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는 제도 기획과 실증, 모니터링 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과제 검증에 약 4년이 걸린다. 반면 1년 내외의 KSP 기본 사업체계에서는 자문의 범위가 현황 분석과 제도 기획 단계로 제한된다. 따라서 통상적인 협력체계에서는 실증·모니터링 단계를 생략해야 하므로 자문의 효과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

이에 정책의 실제적 이행에 우선순위를 두고, 우즈베키스탄 KSP를 지난해 처음 도입된 KSP Plus 사업 구조로 재설계했다. KSP Plus는 기간·규모 등의 제약을 완화함으로써 후속주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자문을 제공하고 사업을 연계해 성과를 높이고자 신설된 사업유형이다.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 KSP는 사업 1차 연도에 우즈베키스탄 현황 진단과 우선 추진과제 도출 및 제도 설계를 진행하고, 2차 연도에는 1차 연도 자문결과를 토대로 파일럿 프로젝트 설계·이행을 지원하며, 3차 연도에는 2차 연도 이행결과에 대한 영향평가 및 시사점을 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 맞춰 1차 연도(2022~2023년) 사업의 세부주제 1에서는 협력국 규제현황 전반을 검토하고 협력국 현황에 맞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세부주제 2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산업 발전현황 및 핀테크 분야 규제현황 파악, 우선 추진과제 식별 및 파급효과 검토 등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세부주제 3에서는 우선 추진과제를 중심으로 거버넌스 측면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운영 및 관리 제도에 대한 제언을 구상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우즈베키스탄 공무원 14명을 초청해 국무조정실, 핀테크지원센터 그리고 와디즈,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민간 혁신기업을 함께 방문하는 등 한국 규제 샌드박스 제도 기획 및 기업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곧 20주년 맞는 KSP, 향후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할 시점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은 우즈베키스탄 사업 등에서 볼 수 있듯 산업·제도 간 혁신을 촉진하고 과도기의 부작용을 경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KSP Plus로 설계된 우즈베키스탄 사업에서는 파일럿 프로젝트 설계 및 평가까지 이어질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핀테크협회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의 금융산업 활성화 및 혁신을 위한 협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KSP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2024년은 KSP가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20년 동안 지속해 온 지식 기반 개발협력사업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국제사회 기술경쟁 심화와 같은 대외환경 변화는 국제개발협력에 빈곤 감소와 같은 전통적 역할뿐 아니라 협력국의 디지털 전환 및 혁신 지원 등의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야심 찼던 KSP의 시작점을 돌아보며 교훈을 되새기고, 올해 우즈베키스탄 KSP를 통해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나아갈 끝지점과 더 먼 미래를 바라본다. 이번 사업이 우즈베키스탄 규제 샌드박스의 설계와 이행에 기여할 뿐 아니라 양국 간 새로운 도전과 그에 파생되는 새로운 경제협력의 계기가 되기를, 더불어 개발협력사업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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