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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10대 시절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들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3년 08월호

살다 보면 10대 때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이 상당히 쓸모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 일이 있다. 기억을 쥐어짜면 머릿속 한구석에 이런 정보가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다’, ‘물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붙어 있는 분자다’,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물은 날아가고 소금(염화나트륨)만 남는다’ 등.

최근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는 데에도 이런 과학 상식이 아주 유용하다. 예를 들어, 혹자는 일본이 바다로 방류하는 오염수의 방사성 삼중수소 때문에 한반도 서남해안에서 만드는 천일염이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고 한다. 급기야 다른 여러 사정까지 겹쳐서 천일염 사재기 같은 소동까지 벌어졌다.

자연계에서 방사성 삼중수소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방사성 삼중수소 1개가 포함된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붙어서 물이 되어 있다. 삼중수소가 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미국 등의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거르지 못하고 희석해서 바다로 내놓는다. 당연히, 후쿠시마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삼중수소도 희석된 물의 형태다.

만에 하나, 그 삼중수소가 포함된 바닷물이 북아메리카로 가는 북태평양 해류를 반대로 거슬러서(!) 한반도 서남해안의 염전에 갇혔다고 치자. 햇빛을 받으면 그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은 수증기가 돼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그러니 물이 제거되고 바닥에 남은 소금(천일염)에 방사성 삼중수소가 포함될 가능성은 없다.

방사성 삼중수소의 다른 위험도 마찬가지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라서 매년 전 세계에 내리는 비나 눈에 약 250g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동해안에 내리는 비나 눈에 포함된 양만 5g 정도가 된다. 그렇게 비나 눈에 포함된 삼중수소로 동해의 방사능 오염을 걱정한 적이 있던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는 약 2.2g 정도다.)

그렇다면, 장기적 위협은 어떨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10대 때 과학 시간에 배우지 않았던 개념 하나를 알아야 한다. ‘자연 실험.’ 가끔,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아주 많은 변수가 개입하는 탓에 그 결과에 아주 불확실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불확실한 위험의 결과를 자연 상태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자연 실험이다.

방사성 물질, 복잡한 해류, 해양 생물의 먹이사슬, 바다의 자정 작용 등이 얽힌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이 그랬다. 전 세계 과학자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 2년간 속수무책으로 독성이 강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2013년 3월 말부터 정화 장치 가동!)

갑작스러운 사고 탓에 바다로 흘러들어간 독성 강한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미치는 위험을 12년간 전 세계가 평가했다(자연 실험).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해양 방사능 오염을 모니터링하고,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도 정기적으로 점검했다. 놀랍게도 지난 12년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태평양의 자정 작용은 경이로웠다. 인류는 운이 좋았다.

다행히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 붕괴해서 독성이 약해진다. 지난 12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앞으로 새로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정화 장치로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거르고 나서, 2.2g 정도의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해서 30년에 걸쳐서 조금씩 내놓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위험을 저마다 판단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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