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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빅데이터로 본 생활변화관측기장바구니에 담기기 시작한 B급들의 생태계
신수정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수석연구원 2023년 08월호

고물가 시대다. 이제 웬만한 커피전문점은 음료 한 잔에 5천 원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생각을 하고 방문해야 하고, 마트에 가면 10만 원은 우습고 20만 원도 금방이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소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철마다 다른 의복이 필요하며, 매일 식탁에 올릴 식재료가 필요하다.

고물가라는 어려움을 맞닥뜨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고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시장이 있다. 바로 리퍼브와 빈티지 그리고 못난이 농산물 이야기다.

리퍼브는 ‘refurbished product’의 한국어 표기로, 작은 하자나 단순 변심 같은 이유로 반품된 상품을 다시 손질하거나 새롭게 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새 제품보다 20~30% 저렴하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지금 리퍼브 제품의 인기에는 다양성의 증대가 큰 역할을 했다. 가속화된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은 재고와 반품 물건까지도 늘렸고, 이들이 리퍼브시장으로 들어오며 다양성을 확대한 것이다. 예전엔 휴대폰,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던 반면 최근에는 리클라이너, 유아차, 벙커침대 등 훨씬 다양한 제품을 찾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제품의 다양화로 더 다양한 소비자가 들어오게 되고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이다.

의생활에서도 유사한 맥락으로 상승 중인 트렌드가 빈티지다. 빈티지시장의 부상은 접근성 개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예전에 빈티지 제품 쇼핑이라고 하면 어수선한 분위기의 매장에 무작위로 진열돼 있는 물건들 속에서 보물을 찾듯 쇼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안목과 체력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개성 있는 빈티지 숍 주인장이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한 물건,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어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나와 취향이 비슷한 빈티지 숍을 고르면 된다. 게다가 최근에 생겨나는 빈티지 숍은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접근성도 훨씬 높아졌다. 이전보다 편리해졌기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생활에서도 대안적 소비가 뜨고 있는데 못난이 농산물이 그것이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 등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작은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뜻한다. 못난이 농산물 전문 유통서비스의 등장으로 예전 같으면 그대로 버려졌을 농산물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못난이 농산물이 지금 소비자와 공명하는 지점은 본질에 충실함이다. 2020~2021년과 2022~2023년 못난이 농산물의 감성 키워드를 보면 ‘저렴한 가격’, ‘돕다’, ‘해결하다’ 같은 키워드는 하락하고 ‘신선한’, ‘좋아하다’, ‘건강하다’ 등의 키워드가 상승하는데, 이는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농가를 위한 윤리적 선택이기보다 식품의 본질인 맛과 건강을 충족시키는 본질에 가까운 소비로 변화했음을 뜻한다. 다른 누구보다 나를 위한 선택이기에 못난이 농산물이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본질에 충실한 B급 물건들을 한층 편리하고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B급 생태계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대중화된 중고 거래처럼 B급 물건 소비도 보편적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를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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