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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순탁의 셋리스트섬세하고 날 선 노래로 요즘 청춘의 감정을 훑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3년 08월호
 

가끔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작품이 나오곤 한다. 지난 6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그런 경우다. 픽사가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 세계적으로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이 히트하고 나면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현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요즘 <엘리멘탈>의 주제가인 ‘Steal The Show’를 라디오 신청곡으로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곡은 멜론 ‘톱 100’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노래를 부른 가수는 라우브(Lauv)다.

낯선 이름일 수 있다. 대체 누구야 싶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라우브는 현대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만약 라우브가 낯설다면 저 유명한 BTS를 경유해도 괜찮다. BTS와 라우브는 함께 두 곡을 작업했다. ‘Make It Right’(2019)와 ‘Who’(2020)가 그것이다. 전자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멜로디가, 후자는 듣는 이를 단번에 설득해 내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인상적이다.

미국 출신이다. 본명은 아리 스타프랜스 레프(Ari Staprans Leff). 라우브라는 예명은 사자를 뜻하는 라트비아어 ‘Lauva’에서 따온 것이다. 본명인 아리(Ari) 역시 히브리어로 사자라고 한다.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은 2014년이었다. 그의 데뷔곡 ‘The Other’가 입소문을 모으면서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100에 진입한 것이다.

이후 행보는 다소 의외였다. 가수 활동을 잠시 접고 작곡가로만 일하면서 다른 가수를 위해 곡을 써줬다. 그러던 와중 2017년 직접 노래까지 한 ‘I Like Me Better’를 발표했는데 이게 소위 대박이 나면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라우브가 일궈낸 많은 히트곡 중 ‘i′m so tired...’ (2019)와 ‘Feelings’(2019)의 존재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i′m so tired...’의 경우, 한국에서 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로이 시반(Troye Sivan)과 함께 한 결과물인데 그의 음악이 다루고 있는 주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좀 더 면밀히 조감하기 위해 그의 또 다른 히트곡 ‘Modern Loneliness’의 다음 노랫말을 살펴보자.


“혼자인 적은 없지만 우린 언제나 우울해 / 내 친구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전화도 문자도 안 해”

라우브는 유튜브 시대가 낳은 스타라고 불린다. 즉, 디지털 미디어 문화의 본격적인 수혜를 받은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뮤지션이라 볼 수 있다. 음악 속에서 라우브는 한없이 외로운 마음을 드러내다가도 ‘I Like Me Better’에서처럼 사랑에 빠진 달콤한 감정을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Drugs & The Internet’(2019)에서는 “내 친구들을 약과 인터넷과 바꿨지”라면서 분열적인 자아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For Now’(2020)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낸다. 국내에서 비만 오면 신청곡이 들어오는 ‘Paris In The Rain’(2018)의 고독과 우울 역시 라우브 음악의 요체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다. 요컨대 라우브는 음악을 통해 요즘 청춘들이 느끼고 있는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훑는다. 그의 음악에 대중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가장 큰 바탕이다.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 미디어 세대의 정서를 가사로 실어 나르는 와중에도 그가 현대적인 곡 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멜로디와 사운드는 딱 한마디로 정의해 세련미의 끝판왕이다. 멜로디의 결이 살아 있으면서도 최신의 감각 또한 매력적으로 뾰족하게 날 서 있다. 무슨 뜻이냐 하면 굳이 가사를 몰라도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음악으로 포용하는 대중성은 세대 따위 훌쩍 뛰어넘는다. MZ세대가 아니라도 주저 말고 라우브의 세계에 빠져보기 바란다. 어쩌면 오는 8월 29일 열릴 그의 내한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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