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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빅데이터로 본 생활변화관측기공정성: 설명 가능한 평가 기준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 2023년 09월호
 

‘공정성’은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피크를 만드는 키워드다. 피크는 주로 논란이 있을 때 만들어지는데, 최근에 가장 큰 피크를 만든 것은 엠넷의 <킹덤: 레전더리 워> 이슈다. 아이돌 그룹의 경연 대회 <킹덤: 레전더리 워>는 시청자와 전문가 평가를 합산해 최종 평가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전문가 심사위원 명단과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성에 대해 통용되는 뜻은 정의로움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평가 기준이다. 공정한 평가에서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권위가 아니라 공정한 차별이다. 평가 기준이 ‘교수님이 판단하는 창의력’일 때와 ‘정해진 날짜 안에, 3개의 논지를 갖고, 1,000~ 1,200자 내로 작성한 글’일 때 무엇이 공정하다고 느껴지는가? 전자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은 ‘교수님이 판단하는 창의력의 기준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것이다.

회사에서도 성과 평가에 공정성을 요구한다. 한 10대 기업의 인사팀장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모든 것을 공개하기는 어려운데 기준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라며 난색을 표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기준을 말해달라는 게 왜 문제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평가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기준의 공개 여부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배경은 이들의 학창시절에 있다. 내신등급제, 수행평가라는 제도 속에서 이들은 지속적인 평가를 받았다. 수행평가는 획일적인 암기형 시험의 대안으로 그 과정과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에 기반하는 상황에서 1점 차이로도 내신 등급이 달라지는 가혹한 사실 앞에 평가의 객관성, 기준을 끊임없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성과 객관적 평가 기준에서 권위는 통하지 않는다. 작가 탄생의 예를 들어보자.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가는 독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전문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영역이 구분돼 있지 않다. 진입장벽도 낮아 플랫폼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작가는 아니다. 작가의 조건은 독자의 반응이다. 독자가 읽고 반응해 준다면 작가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습작해 본 사람일 뿐이다. 이전에는 독자가 아닌 문단이 작가를 만들었다. 200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고 한다면 이때 수여하는 상을 받으면서 정식으로 작가가 됐음을 의미한다. 이 상은 독자와 무관하다. 독자는 아직 그 작가의 작품을 한 편도 읽은 적이 없던 때에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독자의 반응에 의해 시작하는 웹소설은 문단이라는 권력을 대체하는 등단 방식이다. 영화 평점도 마찬가지다. <탑건: 매버릭>의 흥행을 견인했다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영화 권위자의 평점이 아닌 다수 의견의 합으로 만들어졌다. 에그지수는 영화를 관람한 사람만 작성 가능하고, 100명 이상의 평점이 모여야 점수화된다. 집단의 의견이 쌓여 점수가 반영되는 투명한 로직을 사용했기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신뢰를 얻는다.

공정성의 대두는 권위 사회에서 수평 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권력과 권위에 기대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수평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이 공정성의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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