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가 오는 9월 9~10일 양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다. 각국 셰르파(sherpa)들은 지난 8월 5주간, 매주 3~4회, 매일 7시간 이상의 마라톤 화상회의를 통해 올해 G20 정상선언문 초안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정상선언문에는 IMF 등 다자기구의 개혁, 탄소중립, 청정에너지 전환, 글로벌 보건 협력 등 글로벌 당면과제와 대응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의장국 인도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One Earth, One Family, One Future)’를 이번 G20 회의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여섯 가지 테마를 중점적으로 논의해서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여섯 가지 테마는 첫째, 포용적이고 견고한 고속 성장, 둘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신속한 이행, 셋째, 녹색개발·기후재원 및 친환경 생활양식, 넷째, 기술 전환과 디지털 공공인프라, 다섯째, 21세기의 다자주의와 식량·연료·비료, 여섯째, 여성 주도의 개발이다. 이에 따라 세계 20개 주요국, 10개 초청국, 11개 국제기구 대표들은 지난 1년 동안 인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15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세계적 공통 관심사를 논의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마침내 9월에 정상선언문으로 채택돼 1년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2050 탄소중립’ 넘어서는 야심 찬 행동계획에 합의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
과연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경제에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사람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업가나 금융인은 경제회복과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거시경제 공조가 이뤄질지에 관심을 둔다. 환경보호 단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전 세계가 어떤 과감한 탄소감축에 합의할지 지켜볼 것이다. 최빈국 국민은 선진국들이 구호와 경제재건에 얼마나 많은 재원을 내놓을지, 빈곤국 채무를 얼마나 탕감해 줄지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G20은 정상선언문에 수많은 의제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G20 정상회의를 지켜봐야 할까?
첫째, 올해 가장 핵심적인 G20 과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올해 내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했던 산불, 가뭄과 홍수, 폭염 등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도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기상 상태와 이상고온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여름 폭염이 계속되고 집중 강우로 산사태와 침수가 빈발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면 다소간 피해를 줄이기는 하겠지만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는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가 하나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넘어서는 야심 찬 행동계획에 G20 회원국들이 합의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둘째,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얼마나 증가할지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글로벌 사우스(지구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개도국을 통칭)의 대표 국가를 표방해 온 인도가 의장국을 수임하면서 대폭적으로 개도국의 입장이 부각됐다. 올해 ‘G20 트로이카(직전·현재·차기 의장국)’도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로 역대 처음으로 모두 신흥국이다. 개도국들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개도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개도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지원책들은 여러 가지다. 빈곤국들이 지고 있는 채무를 과감하게 경감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 선진국들이 매년 최소한 1천억 달러를 개도국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약속을 지키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것인지도 관심사항이다.
G20은 미국 등 G7·중·러 참여한 ‘프리미어 회의체’…
지정학적 갈등 풀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
셋째, 지정학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주목할 사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은 세계경제에 여러모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이슈에서 첨예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올 들어 열린 14차례 장관회의에서 단 한 차례도 공동선언문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정학적 갈등은 실제로 에너지와 식량 위기를 조장해서 세계경제에 주름살을 만들어왔으며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유엔 등 다자간 국제기구에서의 주요국 간 협의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G20은 미국을 비롯한 G7, 중국, 러시아가 모두 참여하는 ‘프리미어 회의체’로서 지정학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회의체이기도 하다. 만일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이번 G20에서 정상선언문 채택이 무산될 경우에 G20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 지정학적 불투명성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요원하다.
넷째, G20이 어떤 성장동력을 발견하고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크다. G20은 현안 해결뿐 아니라 미래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 긱(gig)·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AI의 악용과 오용은 이미 인류의 기본권, 자유, 민주주의에 위협으로 다가왔다. 혁신과 기술진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G20 정상들이 어떤 지혜를 발휘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G20은 전 세계적으로 GDP의 86%, 교역액의 77%,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때로는 공조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우리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로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입장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셰르파로서 15개 정부 부처와 함께 지난 1년간 G20 회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했으며 이제 그 성과를 토대로 정상선언문 작업에 임하고 있다. 결코 관전자가 될 수 없는 협상 당사자다. 동료 셰르파들과 지혜를 모아 이 글에서 밝힌 관전 포인트별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글로벌 현안 대응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익도 확보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