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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독일이 더 이상 ‘소시지의 나라’가 아닌 이유
윤태현 KOTRA 독일 함부르크무역관 과장 2023년 09월호
러빙헛 베간벨트(Loving Hut Vegan Welt)는 함부르크 중심가에 있는 대표 맛집이다. 이곳은 채식 식당으로 아시아 음식을 주로 판매하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채식 식당이라고 하면 샐러드 등 채식 메뉴만 있을 것 같지만, 쌀국수, 분짜 등과 같은 베트남 음식과 함께 바비큐 그릴 꼬치가 대표 메뉴다.

평소 채식주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식당의 쌀국수에 나오는 고기나 바비큐 그릴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성 식재료인 돼지고기, 소고기가 아닌 ‘대체육’이다. 대체육은 콩과 같은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의 모양과 식감을 본떠 만든 식물 기반 단백질 식품이다.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 독일식 돼지고기 요리)와 소시지의 나라로 유명했던 독일에서 채식용 식재료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인식 높아지며 대체육 소비 급증…
베를린은 ‘비건들의 수도’로 꼽혀


독일인은 2007년만 해도 1인당 연 40kg가량의 돼지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9kg으로 줄었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급량이 줄었고, 그만큼 대체육 생산량은 늘었다.

실제 지난해 독일의 대체육 생산량은 10만4,300톤으로 2021년(9만7,900톤)에 비해 약 7% 증가했고, 2019년(6만400톤)에 비하면 63%가량 급성장했다. 또 독일에서 대체육을 생산하는 기업 수는 51개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대체육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적게 하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줄어든다.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전방위적으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에 개인 차원에서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채식을 택하는 것이다.

독일은 ESG 시대에 맞춰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친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음식 분야에서도 채식을 포함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요식 전문매체 셰프의 연필(Chef’s Pencil)은 베를린을 ‘비건들의 수도’라고 칭하기도 했다. 약 50개 이상의 채식 식당에서 300가지가 넘는 채식 메뉴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함부르크도 전 세계 채식주의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비건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 순위에서 독일 함부르크와 베를린이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어 라이프치히, 쾰른, 슈투트가르트도 상위를 기록해 15위 안에 독일 도시가 5곳이나 포함됐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채식 수요 증가에 맞춰 스마트팜산업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베를린에서 창업한 실내 스마트팜 스타트업 인팜(Infarm)이 있다. 인팜은 ‘인도어 팜(indoor farm)’을 뜻한다.

창업자 오스낫 미샤엘리는 “실내 농작으로 도시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라고 창업 배경을 밝혔다. 인팜의 설립 철학에는 맛과 영양을 모두 잡는 동시에 토양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를 장거리로 운송하지 않음으로써 탄소 배출도 줄이는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시 안에 작은 농장들을 만들고 서로 연결해 도심 속에서도 신선한 농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자급자족의 도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채식 수요에 부응한 스마트팜산업 급성장세 속에서
대표 스마트팜 스타트업 인팜 유니콘으로 성장


이런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인팜은 일종의 스마트 채소재배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처럼 대규모 농장 부지에서가 아니라 도시 실내 클라우드 기반의 수직농장에서 알맞은 온도와 비옥한 인공 흙을 갖춰 채소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구축한 재배 시스템에는 씨앗과 모종의 구입, 재배 및 판매까지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다. 원격으로 작물의 생태 환경을 관리하고 최적의 상태인 채소들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도시 내 슈퍼와 식당에서도 고품질의 농작물을 살충제 없이 직접 재배해 신선한 상태로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농법은 과거 농법과 비교해 물 95%, 운송비 90%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인팜은 아마존 프레시, 에데카, 카우프란트 등 전 세계 11개국 20개 이상의 주요 소매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1,400개 이상의 식당과 마트에 실내 농장을 구축했다. 창업자 미샤엘리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인팜이 재배하고 있는 채소는 25만 주 이상”이라며 “이들 각각의 데이터를 모아 전체 채소의 성장 패턴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인 농법을 개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팜은 2020년 베를린의 농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으며 2021년 12월 ‘시리즈 D’ 투자 단계에서 2억 달러(약 2,614억 원) 펀딩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3,070억 원)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 인팜이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개국에 100개 이상의 재배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며 이미 진출해 있는 북미, 일본과 유럽 외에 중동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30개 이상의 소매업자와 협업해 1,850개 이상의 식당과 매장에 입점한다는 구상이다. 또 인팜은 딸기, 후추, 토마토 등 품종도 다양화해 약 75종 이상의 채소를 실내 재배로 제공할 예정이다.

인팜의 작물 재배 센터는 2015년 개봉한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을 연상시킨다.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맷 데이먼)는 모래 폭풍을 만나 홀로 남겨지고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 500일을 넘게 버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화성에 온실 재배 공간을 만들어 감자를 재배하며 삶을 이어가다 극적으로 지구에 돌아온다.

현재 독일 등 친환경 인식이 높은 국가에서 실내 농업이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실내 농업이나 채식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202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완전 채식주의자는 0.2%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2020년에 이미 전체 인구의 3.3%에 달했다. 유럽 전체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처럼 채식주의 등 탄소중립을 위한 ESG 실천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시대적 사명이 됐다. IT 기술을 활용해 도심에서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실내 농법이 국내에도 많이 도입된다면 농업이 활성화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이 채식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내 도심 속 실내 농장이 많아져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아닌 산업 변화의 결과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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