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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킬러 콘텐츠’, ‘품질관리’, ‘매력’ 모두 갖춘 국제협력플랫폼 KSP
이미연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총괄운영팀장 2023년 10월호

 
플랫폼의 전통적 의미는 기차를 타고 내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물이지만, 이제는 플랫폼 하면 SNS나 이커머스 등 온라인 플랫폼이 먼저 떠오른다. 플랫폼 기업은 메신저나 쇼핑 플랫폼 등을 통해 충분한 사용자 그룹을 형성한 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고 그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시총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대학생들의 입사 희망기업 조사에서도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등 상징성과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플랫폼의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공공 영역에서도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해 민원서비스(정부24 등)를 제공하거나, 정부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제공해 연구를 지원하거나(MDIS 등), 공공자원을 대여하는 공유경제를 지원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공공 영역의 플랫폼이 정부의 서비스나 데이터를 국민에 더욱 쉽게 전달하는 데에 기여했다면, 우리 정부의 지식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은 2개 이상의 사용자그룹의 수요를 파악하고 연결하는 플랫폼의 근본적 특성을 바탕으로 지식기반협력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협력국 수요와 전문가 참여 수요 연계한 KSP,
플랫폼의 중요한 특성인 네트워크 효과 달성해


KSP의 플랫포머(플랫폼 구축자)인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경제·사회 발전 경험에 관심이 많은 협력국의 수요와, 기존의 유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체제에서는 보조적인 역할로 투입됐던 정책(지식)전문가들의 협력사업 참여 수요를 연계했고, KSP는 플랫폼의 중요한 특징인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했다. 지식수요자 그룹인 협력국은 2004년 KSP 출범 당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2개국에 불과했으나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22년 기준 91개국(누계)까지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19개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6개국, 중남미 22개국, 독립국가연합(CIS)·유럽 18개국, 중동·북아프리카 12개국이며, 해당 국가들은 한국과의 KSP 양자협력 외에도 메콩강위원회(MRC) KSP, 아세안 KSP, V4(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KSP 등 다자협력, 지역별 세미나 등을 통해 상호 교류 및 소통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일례로 2017년 헝가리에서 개최된 유럽 지역별 세미나에서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세르비아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해 KSP 협력을 함께 논의하면서 KSP 신규사업을 제안하고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식공급자 그룹인 국내 전문가 규모는 2004년 출범 당시 11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 사업 기준(누계) 950여 명까지 확대됐다. 출범 초기에는 KSP 주제 대부분이 정책수립 부분에 집중돼 있어 학계와 연구자가 주를 이뤘으나, 협력국의 수요가 다변화되고 기술적 요소에 대한 종합자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실무전문가, 민간전문가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재정정책을 예로 들면, 연구자, 교수뿐 아니라 재정관리 시스템의 도입·운영을 자문하는 실무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상호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SP 사업을 통해 협력국은 한국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는 효과를, 한국 전문가들은 여러 국가의 현황을 파악하고 현지 전문가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활동을 기대한다. 협력국과 전문가가 각각 이런 기대를 갖고 사업에 참여하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KSP는 이 외에도 플랫폼에 필요한 다른 성공 요인을 갖추고 있는데,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저서 『플랫포노베이션하라』에서 강조한 킬러 콘텐츠, 품질관리, 매력이 그것이다. 사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취할 수 있는 분명한 가치를 뜻하는 킬러 콘텐츠는 플랫폼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KSP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경제발전 경험’이라는 세계 유일의 킬러 콘텐츠를 체계화하고 강화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경험뿐 아니라 산업기술을 선도하며 글로벌 이슈를 이끌고 있는 최신 분야의 정책경험과 연구결과를 콘텐츠화해 킬러 콘텐츠를 더욱 다변화·확장하고 있다.

품질관리는 ‘교환되는 가치’ 및 ‘가치 교환과정에서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리를 뜻하는데, 교환가치(자문내용) 관리는 자문평가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상호작용에 대한 관리(사업관리)는 KSP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을 총괄·관리하는 KDI 등 기관의 전문성을 통해 수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플랫폼으로서 KSP의 대표적인 매력은 협력국 전문가와 한국 전문가의 직접적인 협력(공동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컨설팅에 비춰봐도 ‘해당 기업의 참여도가 컨설팅 재구매(만족도 등) 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분석결과에 부합하며, KSP 현지 전문가 대상의 만족도 조사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양국 전문가 참여를 통한 공동연구 기회 제공’ 부분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간 축적한 네트워크·신뢰도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전반적 대외협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


플랫폼이 경제와 산업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성공과 지속성을 달성한 플랫폼은 소수에 불과한 이때, 정부 간 협력 플랫폼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KSP를 더욱 확대해 지식기반협력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거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민간 플랫폼의 시장 우월적 지위는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평가돼 관리 감독의 대상이 되지만, 공공의 국제협력플랫폼인 KSP가 선도하는 지식기반협력 체계와 거대한 네트워크는 범부처 간 대외협력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국내외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KSP 협력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며 경제, 산업, 사회, 무역, 보건, 환경, 국토, 농촌, 고용, 에너지 등 협력국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될 수 있다. 협력국도 개도국뿐 아니라 고소득국, 자원부국 등까지 포괄하는 만큼 KSP를 통해 우리 정부의 다양한 대외경제전략과 협력의제를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협력국 지식수요자 그룹에는 협력국 장·차관급 인사까지 속해 있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KSP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부 간 협력사업 브랜드를 협력국의 고위급 인사에 각인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후속 협력사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체제가 확산돼 다양한 화상회의 툴이 소개됐으나, 결국 줌(Zoom)이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미 줌 사용법에 익숙해지고 편의성을 경험한 사용자 그룹이 다른 서비스로 옮기지 못하는 ‘잠금(lock-in) 효과’가 나타났고, 이런 잠금 효과로 신규 사용자가 줌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줌은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했지만, KSP는 작은 협력 플랫폼(협력사업)과 경쟁하는 대신 그 플랫폼을 포괄하고 지원해 그간 축적한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의 전반적 대외협력을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 지식기반협력사업인 KSP의 브랜드를 확대하고 효과성을 높여 범정부 차원의 대외경제전략 지원과 경제협력 촉진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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