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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앨버트로스를 아십니까?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3년 11월호
앨버트로스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새다. 일단 하늘을 나는 새 가운데 가장 크다. 몸길이가 90센티미터로 거의 1미터에 가깝고, 날개를 펼치면 3미터에 이른다. 큰 날개를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오랫동안 수평 비행이 가능하다. 두 달 안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정말로 경이롭다.

사실 앨버트로스에 꽂힌 이유는 따로 있다. 앨버트로스는 수명이 60년에 이를 정도로 오래 산다. 그런데 그 긴 기간 동안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오랫동안 만날 짝을 찾기 위해서일까? 보통 첫 만남부터 교미까지 일사천리로 끝을 보는 다른 새와 달리 앨버트로스는 짝을 찾고서도 바로 교미하지 않고 5년 정도 연애 기간을 갖는다.

이 연애 기간에 암수는 서로를 각인하며 평생 반려자로 살아간다. 앨버트로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이런 완고한 일부일처제의 이유를 새끼 양육의 비용에서 찾는다. 보통, 인간처럼 새끼를 양육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드는 동물일수록 일부일처제 비율이 높다. 앨버트로스도 마찬가지다.

앨버트로스 한 쌍은 약 2년에 한 개씩 알을 낳는다. 부화까지의 과정도 험난하다. 암수가 79일간 교대로 애지중지 품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태어난 새끼가 날 정도로 날개가 크려면 약 6개월간의 돌봄이 필수다. 새끼 한 마리가 앨버트로스 구실을 하려면 약 9개월(!)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독박 양육은 벅찼을 테니, 암수의 공동 양육이 필수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여러분도 앨버트로스에 관심이 생겼을 테다. 다큐멘터리 작가 크리스 조던도 마찬가지였다. 조던은 앨버트로스가 가을에 찾아와서 새끼를 치고 양육하는 북태평양 한가운데의 미드웨이섬에서 8년간 촬영했다. 하지만 그는 미드웨이섬에서 로맨스가 아니라 잔혹극을 보았다.

어렵게 알에서 깬 새끼에게 앨버트로스 어미가 무엇인가를 게워서 먹였다. 카메라 앵글에 잡힌 그 먹이의 정체는 바로 플라스틱 조각! 수면 위로 떠오른 오징어 등을 낚아채서 먹잇감으로 삼아왔던 앨버트로스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해하고 먹고 또 새끼에게도 먹였다. 우리가 수십 년간 배출한 욕망의 찌꺼기(플라스틱)가 만든 연쇄 효과!

먹고살기 바쁜데 앨버트로스 사정까지 따져야 하느냐고 넘기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거의 모든 먹을거리(생수, 간장, 해조류, 소금, 젓갈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아직은 그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놓고서 또렷한 결론이 안 났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는 제대로 측정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일수록 혈관을 타고서 몸 곳곳으로 이동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뇌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돼 염증과 치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앨버트로스의 비극이 바로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크리스 조던의 8년에 이르는 앨버트로스와의 인연은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albatrossthe film.com). 마침, 가을은 앨버트로스가 북반구에서 오랜 연애를 끝내고 짝짓기를 시작할 때다. 이 가을에 앨버트로스와 함께 세상의 연결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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