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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도 미식수공의 두부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2023년 11월호

두부가 좋다. 마트에 깔린 목구멍이 콱콱 막히는 공산품 두부 말고, 좋은 콩을 갈고 끓여 좋은 간수로 물을 빼고 딱 맛있는 질감으로 가볍게 누른 두부를 좋아한다. 이런 두부를 만나면 밥이고 반찬이고 모두 제쳐놓고 두부부터 손이 간다.

그러나 맛있는 두부를 먹는 일은 쉽지 않다. 맛있는 두부를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번잡해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갓 만든 두부’는 텅 빈 수사가 아니라 실재의 맛있음을 형용하는 관용구이기 때문이다. 몹시 번거롭긴 하지만 의외로 쉬운, 두부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불린 콩을 곱게 갈아 비지를 거른다. → 콩물을 끓인다. → 간수를 넣는다. → 틀에 면보를 깔고 누른다. 정말로 이게 끝. 원리 자체는 무척 간단하나, 다시금 강조컨대 매우, 매우, 매우 번거롭다. 이 번거로움을 극복하기 어려워 두부를 먹으러 다닌다. 내 ‘두부 지도’에서 몇 군데 소개하려고 보니, 역시나 맛있는 두부를 먹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최고로 꼽는 곳은 내가 사는 서울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영동고속도로 진부IC 근처에 있는 ‘부일식당’이다. 21가지 산채 반찬(2023년 10월 기준)에 강원도식 찌개, 추가로 주문하는 아삭한 더덕구이 모두 입맛을 돋우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집 두부조림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진부IC로 핸들을 꺾게 한다. 두부조림은 본격적인 식사가 당도하기 전, 마치 전채요리처럼 등장한다. 뜨끈하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토실토실한 두부는 붉은 양념에 가볍게 조렸다. 매콤한 맛이 날 듯 말 듯 살짝 감돈다. 수분이 많아 입 안에서 녹아버릴 듯한 이 집 두부는 문자 그대로 ‘미칠 것 같다’. 미치도록 맛있다. 과한 콩맛을 내세우지도 않고, 과한 양념맛을 내세우지도 않고 그저 침착하게 음전할 뿐인데 그 달달하고 담백한 맛이 한 접시를 혼자서도 싹 비우게 한다.

서울 도심에서는 ‘황금콩밭’이 우선순위다. 『미쉐린 가이드』도 매해 이곳에 ‘빕 그루망’(Bib Gourmand;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마크를 주고 있다. 당연히 좋은 콩으로 당연히 직접 두부를 만든다. 양념과 조리를 덜 가미할수록 맛있다. 그만큼 두부가 맛있다는 의미. 청국장 역시 발군으로, 코스보다는 단품으로 된 두부 요리 여러 가지를 먹는 쪽을 권한다.

내가 좀 더 각별하게 느끼는 식당은 서울 외곽에 있다. ‘오두리두부’. 역시 좋은 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를 내는 곳으로, 새벽부터 일하는 사장님의 자부심에 공감할 수 있는 맛이다. 단지 ‘좋은 콩’이라고만 해서는 부족할 정도로 이 집은 콩 맛 자체가 무척 좋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황태두부전골이다. 깊게 우려낸 육수에 새우젓으로 간을 한 시원매콤한 맛이 좋다.

이 세 곳을 다니고 나면 아무 두부나 먹을 수 없는 몸이 된다. 그렇기에 집으로 가져와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두부도 수소문해 알아둬야 한다. 당연히, 그런 곳이 있다! 첫 번째는 강남구 봉은사다. 사찰 매점에서 오대산 콩을 사다 두부를 눌러 판매한다. 여기 두부는 입소문이 나서, 순두부의 경우 오전에 가야 살 수 있다. 두 번째는 ‘아빠맘두부’다. 은평구에 매장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지는 못하고, 종종 들르는 ‘농부시장 마르쉐@’에 출점할 때 구매한다. 손두부가 특히 맛있으니 두부를 담을 용기를 들고 가자.

공산품이 아닌 두부는 노동집약적 수공의 영역에 있다. 앞서 썼듯 두부를 만드는 것은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 무척 쉬운 것처럼 가볍게 말했지만 나 역시 수제 두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겪고 수많은 콩 설거지를 해치워야 했다. 그러니 두부 한 모 하찮게 여길 수 없다. 멀리 가고, 굳이 가면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누군가가 번잡한 수공을 대신해 주는 일이다. 뜨끈하게 갓 나온 두부 한 모가, 두부 요리 하나가 매번 감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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