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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 곁의 철학자격 있는 삶에서 용기 있는 삶으로
허유선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 저자 2023년 11월호
이 공부를 계속해도 좋을까? 유학을 꿈꿔도 좋을까? 회사를 그만둬도 좋을까? 누구나 삶이 달라질 선택 앞에서는 마음이 어렵고 두렵다. 몰라서 어렵기도 하고 알아서 두렵기도 하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앞으로의 대비나 대응이 어려울 것 같고, 그러니 모르는 채로 뛰어들면 안 될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사람과 상의하고 많은 자료를 모으려 애쓴다. 그러나 마음의 불안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아무리 알아봐도 그것이 곧 나의 미래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확률과 내 인생은 동의어가 아니다.

알면 아는 대로 두렵다. 남 보기에 대단할 것 없는 삶을 살아왔어도 그 속의 돌연함과 굴곡을 나 자신만큼은 잘 알고 있다. 나도, 다른 사람도 모두 어린 시절을 거쳐 나이를 먹고 자라난다. 비슷하게 겪어온 것 같아도 그 속내는 천차만별이다. 무난해 보이는 속에서도 마음은 외롭고 고되다. 그러니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면 내 마음은 어떨 것인가. 이미 겪어본 일, 아는 고생이기 때문에 더욱 두렵고 피하고 싶다. 과거의 괴로움이 클수록 그런 시간을 다시 맞닥뜨릴 ‘가능성’만 보여도 마음은 이미 쪼그라든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때 주로 떠오르는 비교 기준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과 앞으로 시작할 사람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까마득하고,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으며, 나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여기서 내 수행 능력에 대한 물음은 어느새 자격에 대한 물음으로 바뀐다.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인가? 내가 감히 이것을 해도 좋을까?’ 이제 문제는 특정한 사건,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된다.

하지만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인지 누가 말해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일에 무슨 자격증이 필요한지는 말할 수 있어도, ‘할 만한, 또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내가 앞으로 그럴 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묻는다면 대답은 더욱 어렵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든 것은 가능성의 세계에 나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할 자격이 있는지’, ‘그럴 만한 사람인지’ 묻는 것은 실상 선택을 위한 정보의 탐색이나 숙고가 아니라, 일종의 회피 기제일 수 있다. 그래서 할까, 말까? 나는 이것이 하고 싶은가? 왜 하고 싶지? 하려면 꾸준히 해야겠지?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겠지? 하지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인가? 물음의 흐름을 가만히 짚어보면 결국은 중요한 물음에서 멀어진다. 어쩌면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워서, 그 모든 열린 가능성 그리고 그와 동의어인 모든 불확실성으로 발을 내딛기 싫어서 ‘내가 자격이 있나?’라는 물음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던지는 물음이 정말로 향하는 곳은 확실함도, 자격도 아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묻고 바라는 이유는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묻는 것이다. ‘나로서 잘 살기’ 위하여.

이제 ‘나로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이 남는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단번에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할지라도 분명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한 번 찾은 답이 계속 유효할 것이라 확신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삶의 기로에서 이 물음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게 좋은 삶을 고민하지 않은 채 어떻게 삶을 꾸리고, 음미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이 물음은 고민이 깊어지고, 망설이게 하지만 내 삶의 의지를 꺾는 것은 아니다. 이 물음과 마주할 때, 나는 이미 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힘을 있는 힘껏 발휘하고 있다.

고민할수록 내가 깎인다고 느껴진다면 내 물음의 초점을 다시 살피자. 나는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자격 보장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불러온 궁극적인 물음을 마주하고 성실하게 생각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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