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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순탁의 셋리스트대중음악의 클래식, 순수의 상실을 노래하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2023년 11월호
나는 이 글을 읽고 있을 여러분의 나이대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고민을 거듭한다. 조금이라도 더 보편적인 대명사를 거론해야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오늘은 음악을 만든 가수(정확히는 밴드)가 아니라 곡 제목을 먼저 언급해야 한다. 바로 ‘Hotel California’다.

글쎄.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아주 어리지 않고서야 이 곡, 어디선가 들어봤을 확률이 매우 높다. ‘Hotel California’는 2023년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테면 대중음악 역사에 있어 클래식인 셈이다. 참고로 이 곡은 2020년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집으로 진행한 ‘가장 많이 선곡된 노래’ 부문에서 당당 1위에 올랐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글스가 1976년 이 곡을 타이틀로 한 앨범 를 발표했다. 한데 기실 이글스는 ‘Hotel California’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정상급 밴드로 여러 히트곡을 낸 상태였다. 그러나 음악적인 방향성은 조금 달랐다. ‘Hotel California’ 이전까지 이글스는 컨트리와 록을 섞은 음악을 하고 있었지만 록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Take It Easy’, ‘Best of My Love’, ‘One of These Nights’ 같은 초기 히트곡과 비교해 들어보면 록의 강렬함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걸 금세 파악할 수 있다.

‘Hotel California’는 달랐다. 그것도 완전히 달랐다. 서정적인 아르페지오 기타로 시작해 후반부의 격정적인 솔로에 이르기까지 누가 들어도 이것은 ‘록’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던 멤버가 바로 기타리스트 조 월시(Joe Walsh)였다. 이글스에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최고의 기타리스트라는 평가를 얻었던 그는 이글스라는 밴드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Hotel California’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기타 솔로는 바로 그의 솜씨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팩트가 하나 있다. 바로 ‘Hotel California’가 다루고 있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금도 이 곡을 낭만적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그렇다. 일단 곡의 시작을 부드럽게 여는 초반부부터가 좋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한데 이 곡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 곡에서 이글스는 이렇게 노래한다. “1970년대가 되면서 미국이 망해가고 있다.” 이를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1960년대의 미국에 대해 적어야 한다. 1960년대의 미국은 어떤 이상향이었다. 흑인 인권운동이 폭발하고, 히피의 사랑과 평화 운동이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1960년대는 이후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으로 “좀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노래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글스가 보기에 1960년대는 미국의 순수한 정신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보컬을 담당한 드러머 돈 헨리(Don Henley)는 이 노래가 “순수의 상실과 영광의 퇴색에 관한 것”이며 여기서 “캘리포니아는 미국을 축약한 소우주”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달콤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낭만은 옅어지고, 어느새 물질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는 1970년대의 미국에 비판의 날을 세운 셈이다.

어쨌든 이글스는 ‘Hotel California’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밴드의 내분을 견디지 못하고 한 장의 음반만 더 발표한 채 해체한다. 그들은 이후 1994년 컴백해 언플러그드 공연을 통해 다시금 큰 호응을 얻었는데 ‘Hotel California’를 어쿠스틱으로 해석한 이 공연 버전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당시 유행한 레이저 디스크로 이 공연 실황 보유하고있었던 사람, 아마 독자들 중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당시 펼쳤던 이 재결합 공연의 타이틀은 . 해석하면 ‘지옥이 꽁꽁 얼었다’ 정도가 된다. 즉,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해체할 때 재결성은 절대 없다고 했던 자신들의 태도에 대한 재미있는 변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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