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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우리는 150세까지 살 수 있을까?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3년 12월호
 
 

우리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랜 신화다. 기원전 2천 년경 점토판에 기록된 이 서사시의 중심 내용은 수메르 왕조의 왕 길가메시가 영생의 비밀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다. 기원전 200년쯤의 중국 진시황이 영생에 집착한 것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지금 과학자들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를 놓고서 치열하게 논쟁 중이다. 한쪽에서는 150세까지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일단, 다수의 과학자는 최대 130세 정도가 인간 수명의 한계라고 본다. 1997년 122세로 사망해 『기네스북』에 기록된 프랑스 할머니 잔 칼망이 그 사례다.


 

1968년에서 2006년 사이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4개국에서 110세 이상 생존한 노인에게 초점을 맞춰서 진행한 연구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인간의 평균 최대 수명은 115세, 설사 칼망처럼 드물게 오래 살더라도 125세가 인간 수명의 최대치라고 계산했다. 세계 어느 곳이든 125세까지 사는 사람은 1만 명에 한 명도 안 되리라는 결론이다.

물론 반박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들은 노화를 막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150세 정도까지 수명을 연장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몇몇 물질이 쥐와 같은 동물실험에서 노화를 막는 효과를 보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노화 치료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미국의 두 과학자는 공개 내기까지 선언했다. 스티븐 어스태드와 제이 올섄스키는 2000년 출생자 가운데 2150년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나오는지를 놓고 내기했다. 어스태드는 ‘나온다’에, 올섄스키는 ‘안 나온다’에 걸었다. 이 두 사람은 2150년 1월 1일 150세가 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해 이기는 쪽 후손에게 그 상금을 주기로 공증까지 받았다.

여기서 주의할 게 있다. 길가메시나 진시황이 찾아 헤맸던 영생의 비밀은 단순히 죽지 않는 일이 아니라 늙지 않는 일도 포함한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온갖 수액을 관으로 공급받으면서 가만히 누워 있는 노년의 모습은 그들이 생각하는 영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은 노화를 놓고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까?


우선,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노화를 둘러싼 과학 상식은 틀렸다. 한때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세포핵 안의 염색체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텔로미어’에 노화의 비밀이 들어 있다고 가정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화 끄트머리가 닳듯이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사실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노벨상(2009년)까지 돌아갔지만, 텔로미어는 노화의 결과일 뿐이었다.

텔로미어 전에는 몸속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활성 산소’가 노화의 주범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다. 활성 산소를 줄여주는 항산화 작용에 좋다면서 비타민C를 포함한 온갖 영양제를 흡입해야 한다는 광고가 여기저기서 나온 것도 이 영향 탓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활성 산소도 노화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었다.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앞에서 살짝 언급한 대로 동물실험에서 노화의 비밀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 연구 결과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연말연시면 한 살 먹는 일이, 그리고 덩달아 몸도 늙는 일이 서러운 독자들이 많을 테니 신년에는 생명 연장을 꿈꾸는 노화 과학의 최전선을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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