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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경제성장률 2.2%의 의미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 2024년 01월호
2023년 우리 경제는 1%대 초중반의 낮은 성장세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를 제외하면 이처럼 낮은 성장률을 경험한 적이 없다. 2022년 이후 극심한 고물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부분 국가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했고,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미국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고환율(원화가치 약세)이 지속됐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2023년 저성장의 주요인이었다.



고금리 기조로 내수 부진하겠으나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수출은 회복


경기 부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산업 의존도가 높은데,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추가로 하락시켰다. 2023년 상반기에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0.9%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의 경제성장률 0.8%에 비견된다.

2024년 우리 경제는 좀 나아질까? 대부분 전망기관에서 2024년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예상한다. KDI도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4년 경제성장률을 2023년의 1.4%보다 높은 2.2%로 전망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이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높다는 점에서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의 배경과 그 함의를 살펴보자.

2024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주요한 요인은 고금리 기조와 반도체 경기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2%인데, 물가상승세가 여전히 3%
내외에 머물며 물가 목표를 상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022년 중에 6%대까지 치솟았음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유지하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24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로존, 영국 등 주요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내외 경제의 고금리 기조는 경기 둔화를 유발한다. 2024년에 물가상승세가 점차 약해지면서 하반기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소 내릴 수 있겠지만, 기준금리 조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통상 6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다. IMF와 OECD에서도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023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고금리 기조가 대내외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2024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반도체 경기에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극도로 낮췄던 반도체 경기가 2024년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고금리 기조로 인해 우리 경제의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하겠지만,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회복세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수가 부진해 국민들이 경제성장률 상승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수가 수출에 비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고용 유발은 적은 특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내수 부진으로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며 2024년 말에는 고물가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내수 부진은 물가안정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편 고금리 기조는 건설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 중 하나다. 건설수주가 대폭 감소해 2024년 건설물량도 축소될 수 있다. KDI는 건설투자가 1% 감소하고, 건설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1%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위험성이 부각됐는데, 2024년 건설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재무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 중 대외부문에서는 중국경제 불안이 눈에 띈다. 2023년 초만 하더라도 코로나19 봉쇄정책 철회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로 중국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부동산투자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소비와 제조업투자에 일부 개선 흐름이 나타났지만, 부동산투자는 더 부진해지고 있다. 부동산 과잉투자가 조정되면서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경제는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특히 중국 부동산투자에 큰 영향을 받는다. KDI 분석에 따르면 중국 건설업 생산이 10% 감소하면, 우리 GDP는 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예외조항 등에 따른 부채 증가,
금융건전성 훼손할 수 있음에 유의


내수 부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가상승세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경기부양책을 쓰기는 어렵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기업 경영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편으로는 저금리 환경에서만 생존할 수 있었던 한계기업이 퇴출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더 생산적인 기업이 진입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핵심 과정이다.

고금리 시기에는 부채가 축소되기 마련인데, 최근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오히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리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규제에 예외조항이 많으며, 규제 취지를 벗어나 우회하는 현상도 있었다. 광범위한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지원한 점도 부채 증가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부채 증가는 금융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경기 변동에 집중하다 보면 중장기적 과제에는 소홀하기 쉽다. 특히 극심한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를 겪으며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구조개혁이 더욱 절실하다.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구조개혁과 함께 기업 진입규제 완화 등에 정책역량을 쏟으며 성과를 냄으로써 2024년에는 우리 경제를 희망차게 보는 시선이 점차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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