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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한류를 넘어 중국에서 通하는 성공 공식
박영훈 KOTRA 중국지역본부 차장 2024년 02월호

코트라에 입사하고 처음 중국 우한으로 해외 파견을 나와 근무했던 2012~2015년은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이 중국을 뒤덮던 시기였다. 주부나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고, 먹자골목에서는 떡볶이, 비빔밥, 삼계탕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치맥 열풍이 불었으며, 거리 곳곳에서 K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한류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문구 자체가 시장에서 가진 힘이 있었다.

 그후 5년간 본사 생활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두 번째 파견을 나왔을 때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식당에서는 메뉴 주문과 결제 등 모든 것이 QR코드로 이뤄지고 있었고, 동네 어디서나 공유 자전거를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며,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저렴한 비용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 이상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아니었고 발전 수준이 오히려 한국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때 ‘매장만 열면 팔린다’던 K뷰티, K가전제품은 10년 전과는 그 위상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한류를 느낄 수 없었고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내주고 있었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 시들해진 한류에도
품질·가성비·화제성 등으로 존재감 키워가는 한국 기업들


표면적으로는 사드(THAAD) 배치로 갈등을 빚던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으로 중국 내 한국 문화콘텐츠 방영이 제한된 데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중 양국 간 교류가 더욱 줄어든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기술이나 서비스 혁신 없이 한류에 의존한 마케팅만으로는 더 이상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되레 우리나라가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필두로 한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역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마냥 잃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시장에서 한류를 넘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으면서도 품질, 가성비, 화제성 등 각각의 개성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베이징의 싼리툰은 서울 압구정 로데오처럼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로 명품 매장이 즐비해 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다. 콧대 높은 이 지역에서 한국 베이커리인 ‘아우어베이커리(OUR Bakery)’와 ‘버터풀앤크리멀러스(BUTTERFUL & CREAMOROUS)’가 현지인들을 길게 줄 세우며 화제가 되고 있다.

 아우어베어커리 매장에 들어서면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더티 초코빵’, ‘인절미 크로아상’ 등 이 가게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눈에 띈다. 버터풀앤크리멀러스 매장은 보석 진열대를 연상시키는 블랙과 골드 톤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멀리까지 향기롭게 퍼지는 특유의 버터향으로 중국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세운다. 또한 아우어베이커리는 더티 초코빵을 먹고 초콜릿으로 입가가 지저분해진 모습을 인증샷으로 올리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버터풀앤크리멀러스는 ‘줄이 가장 긴 빵집’으로 중국의 주요 SNS상에서 화제가 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편 K뷰티는 중국에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신생 뷰티 브랜드 LBB가 중국 신화그룹과 3년간 800억 원의 수출 계약에 성공해서 화제가 됐다. LBB는 하이엔드 멤버십 스파 전문 기업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로, 투자자가 LBB의 차별화된 뷰티케어 원료와 기능이 중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본 것이다.

 가성비로 승부한 케이스도 있다.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더마펌(DERMAFIRM)’은 고기능성 제품임에도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한 데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라이브커머스 방송 이벤트를 다수 진행하며 제품 인지도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잘 알려진 광군제 기간에 여러 제품이 현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패션 분야에서는 ‘츄(Chuu)’, ‘널디(NERDY)’ 등이 중국 Z세대(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츄는 18~24세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타깃팅하고 기존 패스트패션 브랜드와는 다른, 개성 있는 힙합 스타일의 의류를 판매하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공고히 했다. 또한 매장마다 포토존을 만들어 소비자가 매장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자발적으로 SNS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널디의 경우 중국의 교복이 우리 학창시절의 체육복과 비슷해 젊은 세대에 운동복이 굉장히 익숙하다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공략했으며, 한국과 중국 연예인들이 공항이나 일상 패션으로 널디 운동복을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스타 마케팅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앞서 살펴봤듯 프리미엄이 됐든 가성비가 됐든 이제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확고한 콘셉트, 그에 따른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필수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미될 때 해당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질적 브랜드 간의 협업, SNS를 공략한 디자인,
적극적인 현지 이커머스·라이브커머스 활용 등 필요


최근 중국에서는 이질적인 것의 조화, 즉 ‘하이브리드’ 방식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효과가 좋다. 예를 들어 떠오르는 로컬 헤어케어 브랜드인 ‘우요우절리(無憂哲理, effortless)’는 서구 코스메틱 제품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성분과 향은 한방 식물 원료를 적극 활용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관샤(?夏, to summer)’라는 중국 토종 향수 브랜드 또한 상하이 어느 오래된 목련거리의 향기를 첨가한 제품을 출시해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또한 중국 카페 브랜드 ‘루이싱(瑞幸??, Luckin coffee)’과 전통 백주 브랜드 ‘마오타이(茅台)’와의 결합, 밀크티 브랜드 ‘희차(喜茶, HEYTEA)’와 명품 패션 브랜드 ‘펜디(FENDI)’와의 결합 등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 간의 협업으로 화제를 일으키는 공동 마케팅이 중국에서 인기다.

 한편 디지털 마케팅은 이제 중국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중국도 SNS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소위 사진발 잘 받는 인테리어와 상품으로 눈길을 끌어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다. 유통 또한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을 온라인이 급속도로 대체하고 있으므로 타오바오(淘寶), 티몰(Tmall), 징동(JD.com)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은 물론 위챗(WeChat), 더우인,  비리비리 등 현지 SNS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 제품 선호도가 하락하고 현지 로컬 브랜드의 성장으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기회의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앞서 언급한 사례를 거울삼아 새로운 진출전략과 경쟁력으로 한류를 넘어선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어갈 것을 기대한다. 2024년 갑진년을 맞아 변화에 대응하고 개척하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새롭게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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