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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을 만나다우주 대항해 시대, 제일 작은 로켓으로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신동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대표 2024년 02월호



세상에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최선을 다해 기필코 꿈을 이뤄내는 이들의 상상력과 실행력은 인류 문명 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우주로 나아가겠다는 꿈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와 기술력을 쌓아왔고, 이제 그 꿈의 실현을 앞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Perigee Aerospace)는 별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시작한 항공우주 민간기업이다. 소형 위성을 우주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그 운송수단이 될 발사체 블루웨일(Blue Whale) 1과 그 필수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기술의 힘을 믿는 신동윤 대표는 우주 진출이 우리 삶을 진일보시킬 것이라 확신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2018년 7월 카이스트의 어느 테라스가 돼야 할 것이다. 이제 막 태동한 스타트업을 위해 모인 3명의 멘토는 그렇게 6개월간 자신의 지혜를 아낌없이 나눠 줬다. “우리별 1호의 주역인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님을 비롯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한 대표 세 분이 오직 저희를 위해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창업은 아이콘 한 명이 모든 걸 다 하는 게 아닙니다. 그 한 명을 움직이는 주변의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이뤄내는 일입니다.” 주변의 여러 사람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인 시간이 있어 지금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신동윤 대표.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계획을 짜고, 어떻게 완성해 나갈 것인지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미 성공한 선배들이 시간을 내서 가진 것은 열정뿐이던 조무래기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주신 거죠.” 뜨거운 여름부터 가을, 겨울까지 계절을 따라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처럼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그 시간을 통해 조금씩 강력해졌다.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들기 위한 노력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신동윤 대표는 성인이 채 되기 전에 회사를 설립했다. 2016년이었다. 별을 좋아하던 동호회 친구 중 로켓에 관심 있는 몇몇이 모였고, 로켓을 만들어 우주까지 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세상에 충격을 주고 싶었어요(웃음). 그렇게 막연한 포부로 회사를 설립했지만, 곧 더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이유도 현실적이었다. 로켓 발사는 허가가 필요한 일이었다. 개인으로는 허가를 받을 수 없었고, 친구들과 비영리단체를 만드는 일도 여의찮아 법인을 등록하게 됐다.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서 설립한 법인이죠. 멤버 대부분이 미성년자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네요. 하지만 그렇게 시작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막상 발을 들이니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정말 좋아하고 즐거운 일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이를 통해 인정받고 돈까지 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죠. 더 큰 목표에 계속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제대로 회사를 운영해 보자 결심했죠.”

물론 현실은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투자를 받기 전까지 친구들과 부업을 하며 로켓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발사체는 하나의 디바이스만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든걸 하나하나 다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야 하죠. 게다가 저희는 부품 수가 많고 정교한 액체 엔진 로켓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런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설립한 회사였다. 모두가 놀랄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우주로 물체를 운송하는 초소형 로켓, 그것도 액체를 연료로 하는 로켓을 만들기로 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갯벌에서 연소 실험을 하면서 폭발 위험이 큰 고체 대신 액체 연료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다행히 지금껏 큰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초소형 액체 엔진 로켓을 만들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제야 다른 스타트업을 참고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죠. 거꾸로 나아간 거예요. 먼저 회사를 만들었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로켓 이름은 ‘블루웨일’이다. 해양생물 중 가장 크다는 흰긴수염고래의 학명을 따 블루웨일이라 지었지만 길이 21m, 이륙 중량 20톤, 직경 1.6m의 소형 발사체다. “이제 곧 우주 대항해 시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우주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한다는 의미로 로켓에 바다생물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블루웨일은 누리호 무게의 10분의 1입니다. 대형 발사체는 무겁고 비싸 한 번의 실패로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대형 발사체 1발을 쏘는 비용과 블루웨일 10발 쏘는 비용이 같다고 하면, 2~3번의 실패가 있더라도 7번의 성공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실패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는 겁니다.”



 신동윤 대표는 부담이 적은 소형 발사체로 기상천외한 임무들을 계획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궤도에 작은 인공위성을 띄우는 일부터 인간이 거주하는 우주에 다양한 물자를 전달하는 일까지도 가능한 거죠. 페리지(perigee)는 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지표면과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을 의미합니다. 인류가 다른 천체로, 더 먼 우주로 도약하는 모든 모험의 시작이 우리 회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명했습니다.”

우주 시대의 선두에 서겠다는 각오

신동윤 대표의 큰 비전은 인류가 지구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들을 우주에서 수행해 지구를 보존하는 것이다. “지구는 안방인 셈이죠. 원전과 유해 제조시설 등을 지구를 떠나 지구 궤도에 설치하고, 지구에서 에너지만 수급하는 거예요. 우주 탐사를 통해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대안이 지구뿐일 때 발생하는 문제 중 많은 것이 해결될 겁니다. 담론의 크기를 키워 국면을 바꾸는 것이 기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최종 목표는 우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로켓 우주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올해 제주 한경면 용수리 해상에서 우주발사체 상단(2단)을 개조한 블루웨일의 준궤도 시험 발사를 계획 중입니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닻을 올리는 것이죠.”

 신동윤 대표를 비롯한 90여 명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동료들은 우주 택배를 시작으로 종합 우주 플랫폼으로 나아갈 꿈을 향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인생을 다 바쳐도 좋을 만큼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우주 시대의 선두에 서겠다는 신동윤 대표의 바람이 머지않아 현실이 되기를 기원한다.

 
글·이재영 듣고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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