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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민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 2024년 03월호
지난 2월 1일부터 이틀에 걸쳐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있었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부채 문제가 핵심 주제였다. 이 세 가지 문제는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부채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저성장을 가져오고 있다. 1990년대까지 한국은 압축성장의 대표적인 국가로 경제학자들에게 칭송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압축후퇴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고부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는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다.

0.7명이라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일 뿐 아니라 현 수준의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합계출산율 수준 즉, 인구대체율이 2.1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공포의 수치다. 2012년 1.3명에서 2023년 0.7명으로 10년 사이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또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7년 182%에서 2022년 204%로 증가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증가 속도 또한 세계 1위다. 정부부채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심각한 국가 위기가 우려된다.

저출산이나 고부채의 근저에는 저성장이 있다. 저출산-저성장-고부채의 악순환 고리는 저성장의 문제가 해결돼야 끊을 수 있다. 성장률이 높으면 미래에 더 좋고 많은 일자리가 주어지고 경제적 토대가 뒷받침돼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자녀를 많이 갖게 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구론으로 유명한 맬서스의 핵심 주장이기도 하다.

낮은 성장률로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아이갖길 꺼리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주택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 서울에 주택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보자. 2021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11.6%이고 2023년 평균 임금소득(정규직 기준)이 약 4,300만 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500만 원의 저축이 가능하다. 30년 근로활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1억5천만 원의 저축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1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파트를 갖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8억5천만 원의 차이를 부모님이 메워줄 수 있는 청년이라면 다행히 집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 정도를 자녀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결혼을 주저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금지원보다는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이 훨씬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저성장의 흐름을 전환할 수 있는가? 바로 여기에 우리 경제학자와 지식인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다양한 요소에 기인하지만 제도나 창조적 지식 창출과 확산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 15년간 대학의 등록금은 동결돼 사실상 반값 등록금으로 교육의 질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신산업 창출을 위한 인력양성은 구호로만 메아리치고 있다. 세상에 값싼 가격으로 어찌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창조적 지식의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사회적 관심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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