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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여울의 나란히 한 걸음모자이크의 클라이맥스를 만나다 이탈리아 라벤나 산 비탈레 대성당
정여울 작가 2024년 03월호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일기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위대한 일은 충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단 한 번의 대단한 도약이라든지 엄청난 충동 같은 것이 위대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아주 작은 일들이 마치 천천히 별자리를 만들어가듯이 그렇게 한 뼘씩 지도를 그려가는 과정이 위대함의 탄생이 아닐까. 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힘겨운 하루하루가 바로 그런 ‘위대함으로 나아가는 퍼즐 하나하나’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내가 모자이크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다. 하나하나의 조각은 아주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작은 조각들을 거대한 전체로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큰 그림이 완성되고 스토리텔링이 탄생한다. 모자이크의 조각 하나하나는 전혀 완벽해 보이지 않고 뭔가 허전하지만, 그 ‘뭔가 모자라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끝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우리 인생도 모자이크 같지 않을까. 하루하루는 모두가 비슷해 보이고 그 하루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작은 하루하루가 이어 붙여져서 만들어지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모자이크는 얼마나 다른가. 모자이크는 하루하루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결국 커다란 인생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모자이크의 조각 하나하나는 깨지거나 찌그러질 수도 있지만 수천수만 개의 조각이 모이면 하나하나의 결점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된다. 한 조각 한 조각의 생김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조각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려는 우리 머릿속의 큰 그림, 계획,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이런 모자이크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 비탈레 대성당이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기록된 라벤나

라벤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축물을 무려 8개나 보유한 유서 깊은 도시다. 라벤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모자이크다. 모자이크는 본래 기원전 3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돼 무려 5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예술 기법이다. 각 문화권마다 독특한 모자이크 기법들이 이어져 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번성한 모자이크가 바로 6세기에서 15세기까지 지속된 비잔틴 모자이크다. 산 비탈레 대성당은 5~6세기경 라벤나에서 가장 번성했던 비잔틴 모자이크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전체에 수많은 모자이크 건축물이 있지만, 라벤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모자이크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이자 이탈리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독특한 모자이크가 가장 많이 밀집된 도시다. 유스티니아누스가 로마제국의 황제였을 때 그는 비잔티움(나중에는 콘스탄티노플로 바뀐다)의 모자이크 장인들을 이탈리아로 파견해 수많은 걸작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라벤나가 지닌 문화적, 예술적 중요성은 이탈리아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명성이기도 하다. 라벤나는 무려 세 번이나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들의 수도가 됐는데, 서로마 제국, 동고트 왕국, 비잔틴 제국의 수도가 모두 라벤나였다.
비잔틴 모자이크는 종교화에서뿐 아니라 예술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예와 건축, 회화 모든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데, 그중에는 구스타프 클림트도 있었다. 클림트는 두문불출하며 오직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하는 성격이었는데, 아주 드물게 해외여행을 한 곳이 바로 라벤나다. 좀처럼 먼 곳으로 여행하지 않았던 클림트로 하여금 두 번이나 라벤나를 찾게 한 것은 모자이크 예술의 아름다움이었다.

클림트가 라벤나의 모자이크 예술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대표작은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다. 영화 <우먼 인 골드>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 이 작품은 클림트가 기법적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준 걸작이기도 하다. 실제로 황금을 사용해 그림 곳곳에 정교하고도 화려한 터치를 더해줬다. 비잔틴 모자이크의 문양이 여인의 드레스에 일종의 패턴처럼 반영된 부분이 눈에 띈다. 클림트가 라벤나의 모자이크 예술로부터 매우 강렬한 영감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비잔틴 모자이크 기법을 자신만의 창의력으로 발전시키고 응용해 살아 있는 여인의 초상화에 적용한 클림트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이런 장면이 너무 좋다. 보이지 않는 인연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 말이다. 비잔틴 모자이크를 만든 장인들과 클림트는 실제로 만날 수는 없지만, 1천 년이 넘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서로 ‘보이지 않는 소통’을 한 것 같았다. 산 비탈레 대성당의 모자이크 <테오도라 황후와 수행원들>과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나란히 놓고 보면 마치 6세기의 모자이크와 20세기 클림트의 작품이 아름다운 왈츠를 추는 것 같다. 6세기 테오도라 황후의 위엄과 품격을 화려하게 표현한 황금빛 모자이크의 기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부인의 몽환적인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하모니를 연주해 낸다.




결핍을 채워주는 어우러짐의 예술

라벤나의 거리 곳곳은 여유로움과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로마나 베니스의 비싼 물가와 엄청난 인파에 놀란 여행자들이라면, 아름다운 소도시 라벤나에서만큼은 모든 면에서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말 저녁이 되면 라벤나 거리는 온갖 크고 작은 축제로 들썩들썩 북적거린다. 라벤나 사람들의 다정함, 친절함, 유서 깊은 역사, 균형 잡힌 건축물 등 그 모든 것이 다채로운 모자이크를 이루며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모자이크는 역사와 예술을 넘어 우리 인생에도 눈부신 영감을 준다. 작가 게일 린즈는 모자이크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자이크는 ‘우리가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그는 어렸을 때 사람들이 잃어버린 감각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감각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배웠다. 그의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던 캐롤은 심각한 청각장애가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게일이 다가오는 자동차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걸어가고 있을 때, 청각장애인이었던 캐롤은 자동차의 소리를 ‘듣고’ 게일을 구해줬다고 한다. 캐롤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온몸으로’ 다가오는 빠른 자동차의 기척을 느낀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청각이 유달리 발달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심각한 결핍은 오히려 다른 능력을 개발하게 만들어준다. 우리 안의 수많은 콤플렉스는 결코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 모자이크가 가득한 라벤나의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나의 수많은 결점도 저 아름다운 모자이크들처럼 언젠가는 서로 잘 어우러져 더 성숙한 모습으로 승화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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