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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전환기의 주택 임대차시장: 주택임대업의 성장과 명암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2024년 04월호


올해 들어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이 소폭 하락하며 안정되는 분위기다. 반면 주택 임대차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월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전세가격도 소폭 상승 중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서민이 임대차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2천만 이상의 전체 일반가구 중 약 40%인 800만여 가구가 자가가 아닌 타인이 보유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세 가구 중 두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다. 이들은 1년 혹은 2년마다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주거생활을 영위한다.

전세제도, 임차인의 주거비용 낮추고
임대인의 자금 융통수단으로 활용돼


일반적으로 부동산 임대차계약은 임대료(월세)와 보증금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을 대여하는 대가로 매월 납부하는 금전이 임대료이며, 임대차계약과 관련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게 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보증금을 설정한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사용한 부동산을 보존해 임대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계약기간에 부동산이 훼손됐다면 이에 대해 임차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또한 계약기간 중 납부되지 않은 임대료가 있다면 임대인은 미납부된 월세를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임차인의 채무는 일반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담보하는 보증금의 규모도 클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2~6개월 정도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설정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월세 없이 보증금만으로 부동산을 대여하는 독특한 전세제도가 있다. 전세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19세기 말에 체결된 전세계약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 등 일부 다른 나라에도 전세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세제도가 보편적인 임대차제도로 자리 잡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그 시기는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전세는 빠르게 보편화되며 1990년대에 임대차계약 중 70%에 육박했다. 일부 소규모 주택에만 월세가 적용됐을 뿐 대부분은 전세를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전세의 비중도 점차 낮아졌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에 각각 전세 비중이 10%p 가까이 떨어졌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 임대차시장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으며 50% 선이 무너졌다. 

전세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으며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임대차계약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차인의 관점에서 전세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주거비용이다. 전세의 보증금을 월세(임대료)로 전환할 때 전월세전환비율을 사용하는데, 현재 전월세전환율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시중금리보다 높은 5~6% 수준이다. 즉 전세보증금이 부족하더라도 보증금을 대출로 충당한다면 그 비용(대출이자)이 월세(임대료)보다 적게 든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주거비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거나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다. 현재는 상당히 보편적인 주택담보대출이 200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주택으로 자금을 융통하는 제도가 부족한 환경에서 전세보증금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전세제도에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세보증금의 미반환위험이다. 전세의 임차인은 주택가격에 비견될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의 보증금을 부동산 사용 대가로 임대인에게 빌려준다. 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인과 임차인의 채무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담보의 성격을 지니는데, 전세보증금으로 담보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금전대차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인은 계약기간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은 전세가격 혹은 주택가격이 낮아질 때 커진다. 최근의 전세사기와 깡통주택 현상은 주택시장의 커다란 변동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이 급등한 이후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세 관련 이슈들이 불거졌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며 임대인이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현상이 일어났으며, 심지어 주택가격이 전세가격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택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주택도 증가했다. 전세의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됐고 전세 비중이 급격히 낮아졌다.
 

월세화로 임대차계약이 보다 명확해지며 
주택 임대업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비중은 약 45%다. 한때 40% 초반까지 낮아지긴 했지만, 임대차시장이 안정되며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높지 않아 전세보증금의 미반환위험이 낮은 아파트와 같은 주택에서는 전세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세가율이 높아 보증금 미반환위험이 큰 다세대·다가구 주택에서는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임대차시장에 상당한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임차인의 주거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전세보증금의 미반환위험을 반영한다면 전세의 비용이 저렴한지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임차인 관점에서 월세는 전세보다 직접비용이 큰 제도다. 따라서 주거지원의 방향이 월세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현재 월세는 전세에 비해 제도적 지원이 많지 않다. 정부는 전세를 보완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대출을 지원하고 보증금 미반환위험에 대한 보증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세 지원이 서민의 주거비용을 낮췄다. 앞으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서민 주거지원의 초점을 월세에 맞출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임대차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세는 부동산과 전세보증금의 한시적인 맞교환으로, 월세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구조다. 임차인은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에 대여하며 부동산 관리를 포괄적으로 위임받는다. 하지만 월세에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임대인은 다양한 규약을 설정할 것이다. 월세제도가 보편적인 미국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스크리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임차인도 매월 임대료를 납부하며 전세에서는 생략된 주택관리를 임대인에게 더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호간의 요구가 높아지며 갈등이 커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의 사용권과 그 대가로 지급하는 금전의 관계에 대한 규약, 즉 임대차계약은 보다 명확해지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임대차의 월세화를 통해 주택임대업이 성장하고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서민의 주거비용이 상승하고 관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주택관리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도 사업성의 불확실성이 낮아져 사업체가 증가할 것이다. 임대료가 없는 전세를 통한 주택임대업의 사업성은 사실상 주택가격에 의해 결정되므로, 주택가격의 높은 불확실성이 임대사업의 한계가 됐다. 앞으로는 월세화로 임대업의 현금흐름이 보다 명확해져 주택 임대업시장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주택임대업의 성장은 임차인에게 관리가 잘된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안정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임대료가 올라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월세 중심으로의 주거지원 전환이 필요하다. 가격 측면에서 월세의 임대료는 전세가격에 비해 변동이 작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의 임대주택이 늘어난다면 주택을 보유하고자 하는 수요도 낮아져 주택시장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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