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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육식에 죄책감을 느끼는 당신에게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4년 04월호

과학, 의학, 환경 등을 담당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육식을 둘러싼 갑론을박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는 일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 같은 질문은 자연스럽게 채식의 효용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기후위기 문제가 가세하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육식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더 복잡한 문제는 동물권이다. 개,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돌보는 일이 당연하다면 그만큼의 정서적 유대가 가능한 다른 포유동물, 예를 들어 돼지의 삼겹살을 먹는 데에는 왜 거리낌이 없는가? 동물의 고통에 주목한다면 소, 돼지, 닭 그리고 양을 살육하는 일은 윤리적인가. 여기서 이런 반문도 나온다. 그럼, 개 만큼의 지능을 가졌다는 문어는 왜 먹어도 되는가? 

언뜻 봐도 책 한 권으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차근차근 궁금증을 해소해 보기로 하고, 이 자리에서는 딱 두 가지 얘기만 해보자. 육식과 채식, 둘 가운데 어느 쪽이 건강에 좋은가? 지구를 데워서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데에 육식의 책임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육식이 위험할 때

우선 쉬운 질문부터 답하자. 육식과 채식, 둘 가운데 어느 쪽이 건강에 좋은가? 맥 빠지는 답이지만 그때 그때 다르다. 개인마다, 심지어 똑같은 개인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육식이 더 건강에 좋을 수도 있고 채식이 더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또 빤한 결론을 말하자면 자기에게 맞춤한 양의 육식과 채식을 적절하게 섞는 잡식이 건강에 제일 좋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끔 성장기 그러니까 10대 이하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부모의 신념대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이지 않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성장기에는 단백질이 필요하고, 그런 단백질을 인체가 가장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육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콩 같은 식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도 충분히 고기를 대신할 수 있단다. 절반의 진실이다. 대개 동물 단백질보다 흡수율이 떨어지는 식물 단백질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성장기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평균적으로 단백질이 성인보다 많이 필요한 어린이, 청소년은 육식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영양의 균형 면에서 낫다. 이 얘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실제로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에게 무리하게 채식을 강요하다 이익보다 피해가 심한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10대 아이가 자기 신념을 내세우면서 채식을 고집한다면 섬세한 영양 지도가 필수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콩을 먹어도 흡수할 수 있는 식물 단백질의 양에는 개인차가 있다. 만약 식물 단백질 흡수율이 떨어지는 개인이 육식을 끊으면 단백질 섭취에 문제가 생겨서 건강을 해친다.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몸 상태가 엉망진창이 되는 사례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육식 특히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는 일은 심혈관 질환, 대장 질환, 각종 암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고기 섭취가 늘어난 현대인이 고기를 줄이고 채식의 비중을 늘리는 일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조언 역시 육식과 채식의 균형 식단을 찾으라는 의미일 뿐이다.

다수의 과학자를 포함한 여럿은 인류가 맞닥뜨린 심각한 문제로 기후위기를 꼽는다.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 탓에 지구가 데워지면서 나타날 기후 변화의 영향은 그 불확실성이 커서 오히려 무섭다. 19세기 산업화 이후 불과 100년에서 150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치솟는 일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 대책은 빠른 시간에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각종 산업의 부산물인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국가별로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또 할당하는 일을 놓고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소, 돼지, 닭 등을 키우는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언론에 오르내린다. 언론이 자주 인용했던 통계는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18%’다. 소, 돼지, 닭 등을 키우는 축산 부문 배출량이 자동차, 비행기, 배를 타는 수송 부문 배출량(약 14%)보다 많아서 주목받았다. (FAO는 2013년 축산 부문 배출량을 14.5%로 낮췄다.)

자동차, 비행기, 배를 타는 일(수송 부문)보다 고기를 먹고자 소, 돼지, 닭을 키우는 일(축산 부문)이 지구를 데우는 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비교는 발표 후에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양쪽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을 계산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때는 소, 돼지, 닭을 키워서 도축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이른바 ‘전 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수송 부문의 배출량을 계산할 때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온실가스의 양만 따졌다. 만약 수송 부문 역시 자동차, 비행기, 배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자원부터 시작한다면 그 양이 훨씬 더 늘어났을 테다.

이런 통계의 착시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축산 부문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예를 들어 소가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나오는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다. 소, 돼지, 닭의 분뇨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도 온실가스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없애고 그 자리에 소, 돼지를 먹일 사료를 재배하거나, 아예 소를 키우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숲이 사라진다. 

소, 돼지, 닭을 도축하고 가공하고 수송하는 모든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사료용 옥수수, 대두 등을 재배하고 유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 시민 개인이 할 수 있는 기후위기를 막을 최선의 행동이 바로 육식과 거리를 두는 일이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왜 소가 문제인가!

이 대목에서도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을 해볼 수 있다. 2013년 FAO가 조금 줄여서 발표한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14.5%)에서 절반 이상은 소고기(41%)와 우유(19%) 탓이다. 그러니까, 인류가 지금 당장 소고기 소비량만 줄여도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아주 극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 이유가 있다.

소는 반추 동물이라서 섭취한 사료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의 양이 압도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고기 1kg에 들어가는 사료의 양도 소(25kg)가 돼지(4.6kg), 닭(3.3kg)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단 한 마리의 소가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경부고속도로를 20번 왕복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나씩 따지기 시작하면 돼지고기, 닭고기도 문제가 여럿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복잡하게 따지기만 해서는 행동이 굼떠진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겠다. 육식을 끊는 일은 실천하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도 있다. 그러니 개인의 평소 식단과 건강 상태를 염두에 두고서 육식과 채식의 균형 식단을 마련하는 일이 최선이다.

다만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고기 소비할 때 종류에 신경을 써보자. 한 끼로 고기를 먹는다면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선택하는 일이 지구를 덜 뜨겁게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서 걱정이긴 하지만) 애초 우리는 삼겹살과 치킨의 민족이었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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