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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작지만 강한 나라 리투아니아, 문화창의산업을 국가 경제 발판으로 삼는다
안치영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정책자문4팀 연구원 2024년 04월호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는 인구 약 273만 명(2022년 기준)에 면적도 한반도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으로 저력이 있는 국가다. 구 소비에트연방 국가 중 가장 먼저 독립을 선언(1990년 3월)했으며, 그로부터 단 14년 만인 2004년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2015년 유로존, 그리고 2018년에는 OECD에까지 가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나토 정상회의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개최되면서 리투아니아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나토 정상회의 이후에 진행된 한국·리투아니아 정상회담에서는 주리투아니아 대한민국 대사관의 개설이 결정되기도 했다. 2021년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관 개설에 이은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리투아니아 간에는 정상회의 한 달 전쯤에 또 다른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2023~2024년 리투아니아 KSP’ 사업을 위한 사전협의가 시작된 것이다.

KSP 최초 북유럽 국가 대상, 문화산업 발전 공유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은 한국의 과거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길 희망하는 개도국과의 개발협력 사업에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자문 주제가 다양해지고 그 대상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호주 등 선진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리투아니아 KSP는 리투아니아 문화창의산업(Cultural Creative Industries)을 위한 아트테크(ArtTech) 생태계 개발을 주제로 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첫 KSP인 데다, KSP 사업 사상 최초로 한국의 문화산업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리투아니아 KSP 사업의 핵심인 문화창의산업은 주로 문화 및 창의 상품과 서비스의 창작,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경제활동 및 산업을 포함한다. OECD와 EU에 따르면 문화창의산업의 생산 가치와 고용 창출 기여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8년 OECD는 문화창의산업의 핵심이 혁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창의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문화창의 산업이 기술혁신과 소프트 혁신(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디자인 등 부가가치를 더해 이를 발전시키는 혁신)을 통해 산업혁신을 일으켜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 수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련 인력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EU는 문화창의산업 생태계가 EU 내 부가가치의 약 3.95%를 차지하고, 관련 기업 약 120만 개(그중 99.9%가 중소기업)에 약 800만 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문화창의산업 활성화를 EU의 주요 산업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도 2021~2030년 문화창의개발정책을 바탕으로 문화창의산업에서 높은 경제적 부가가치와 혁신적 사회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아트테크를 통한 혁신기술 기반의 생태계 개발과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제적 파급력과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문화산업은 K컬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은 2017~2021년 연평균으로 매출이 5%, 수출이 10%, 사업체 수가 0.7%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23년 전망치 기준 한국 콘텐츠시장 규모는 약 791억 달러로 세계시장 점유율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콘텐츠산업은 2022~2026년 연평균 4.26% 성장하며 시장경쟁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창의산업 개발에 나선 리투아니아가 한국의 문화산업 발전경험 공유사업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10월 16일 KSP 협력부처인 리투아니아 문화부에서 개최된 ‘2023~2024년 리투아니아 KSP’ 착수보고회에서 시모나스 카이리스 문화부 장관은 한국의 경험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적극적 협력·지원 의사를 밝히며 추후에도 문화 분야에서 한국과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문화부 장관 및 차관과의 면담에서 리투아니아 문화부는 문화창의산업을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축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 측 사업 담당자들은 문화부뿐 아니라 필름센터, 문화위원회, 문화연구원, 문화창의산업협회, 예술진흥소, 투자진흥원, 혁신센터, 혁신청, 게임개발자협회, 발틱필름클러스터, 민간 문화 예술센터 및 문화공간기업, 음악비즈니스협회, 리투아니아 내 여러 대학교와의 면담을 통해 문화창의산업 및 아트테크 관련 현황을 듣고 연구를 위한 정보를 수집했다. 약 30개의 기관이 실태 조사를 위한 면담에 참여했으며, 각 기관 관계자들은 자신이 소속된 조직 및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일련의 질의응답을 통해 리투아니아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공공·민간 영역에서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같은 혁신기술이 문화예술 분야와 긴밀하게 결합돼 있었는데, 한국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한편 리투아니아 문화창의산업 내에는 공공·민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이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소통,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공·민간의 효과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됐다. 지난 2월 현지 세미나 및 세부 실태조사를 완료한 리투아니아 KSP는 남은 중간보고회, 정책실무자연수, 최종보고회, 고위정책 대화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산업 발전경험을 나누면서 공공·민간 파트너십이 문화산업 발전 단계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문화콘텐츠·IT 협력 기회 풍부

리투아니아는 매우 작은 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5억 명이 넘는 EU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이 유럽으로의 투자를 고려할 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아우스린 아르모나이테 리투아니아 경제혁신부 장관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리투아니아를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르모나이테 장관은 리투아니아 정부가 외국인에게 e-레지던스 카드를 발급해 리투아니아 내 온라인 서비스 접근 및 법적 문서 전자서명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외국인이 세계 어디에 있든 리투아니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는 세계은행(WB)의 기업환경평가에서 190개국 중 11위(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등 기업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문화부는 콘텐츠산업뿐만 아니라 공예, 버추얼아트(Virtual Art), 공연예술, 디자인, 뉴미디어, 건축, 출판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전방위 분야가 아트테크 영역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문화콘텐츠 및 IT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 및 기관의 진출과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KSP가 국내 기관 및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한국·리투아니아 간 문화산업 차원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는 교두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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