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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아이 낳길 주저하게 만드는 심리적 육아부담 줄여주려면?
김인경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2024년 05월호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었다. 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언급된다. 높은 주거비와 양육비,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교육·보육 기관, 육아에 대한 자신감 부족, 긴 근로시간, 지나친 경쟁문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이다.

출산율이 낮으면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활동할 근로자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기술발전, 교육훈련 등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더라도 여러 산업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보육 기관의 질적 제고와 부모의 육아 자신감 회복을 중심으로 출산율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근로·통근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기는 것에
죄책감 안 들 만큼 기관의 질 높아져야


영유아 시기에는 교육·보육 기관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데, 기관의 수준을 부모 눈높이에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했을 때 부모의 육아부담이 경제적·시간적·심리적으로 낮아져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진행 중이다. 유보통합이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근거 법령, 관장 부서, 교사 자격 및 양성, 근무조건, 시설기준 등을 통합해 동일 연령의 영유아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보육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유보통합을 통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교육·보육이 질적으로 우수하면서도 부모의 비용 부담은 낮아져야 한다. 시간적으로는 거주지 인근에 우수한 기관이 있어야 하고 그 이용시간이 부모의 근로시간과 통근시간만큼 넉넉해야 한다. 질과 이용시간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질이 높아야 보장된 이용시간만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통상적인 근로·통근 시간을 포괄할 만큼 길게 둬도 아이가 장시간 기관에 머무는 게 안쓰러워 조부모나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짧게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기관의 질적 수준이 높다면, 특히 영아기에는 아동의 필요에 민감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반응하는 교사가 있다면, 유아기에는 교사-아동 간, 아동-아동 간 상호작용을 돕는 교사의 열의와 자질이 충분하다면 전일제로 기관에 머무는 것이 아동 발달에 해롭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육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낮춰주는 방안 또한 유보통합안에 담아야 한다. 사람이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면 내가 어려울 때 정말 도움이 되는 누군가가 곁에 있고 내 삶의 안정감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무자녀를 선택하거나 자녀를 더 이상 갖기를 원치 않는 성인들은 성장기에 가졌던 부모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으로 바람직한 부모상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은 영유아를 돌보고 가르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부모의 양육 고민을 들어주고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기관과 가정에서 동일한 방향의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지원이 부모의 육아부담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인식이 누적되고 확산돼야 한다. 유보통합 시 교사의 근무시간 내에 아동별 성장기록을 작성하고 부모 면담에서 이를 공유한 후 성장을 함께 지원하는 직무 또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부모의 양육 역량을 증진하면서 육아부담을 심리적으로 완화해 주는 것은 우수 인재를 길러내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아동 발달에는 부모의 학력, 직업, 소득보다는 부모의 양육 태도 및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한 활동이 더 효과적이다. 사회적·경제적 위계상 고위층 자녀들이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요구에 짓눌려 어긋난 사례를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학원을 변변히 못 보내 줬더라도 부모가 규율 내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부모의 지원이 필요할 경우 따뜻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줬을 때 아이들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성공한 경우 또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은 예산의 상당액을 영유아 교육·보육에 할애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영유아 교육·보육에 대한 부모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뒀다. 그에 맞춰 많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생겨났다. 하지만 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용 절감과 기관의 양적 확대로 출산 의향을 바꾸는 것은 제한적이다. 근로·통근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기는 게 죄책감이 들고 출근 전 들를 수 있는 위치에 믿고 맡길 만한 기관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적 수준에 대한 부모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3~5세 유아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부모가 어느 기관에 맡겨도 아이가 잘 자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그때 재정적 여력이 된다면 유아교육 의무화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 자란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 필요


‘잘 자란다’는 것 그리고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적 개입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또한 필요하다. 유아기에 한글을 쓸 줄 알고 덧셈, 뺄셈을 할 줄 알고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우는 것이 잘 자란다는 것인지, 유아기에 초등학생처럼 한 반에 모든 아이가 일괄적으로 책상에 앉아 한글·수학·영어 학습지를 풀어야 하는 지 등 유아 시기의 적기 발달과 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기 교육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때 아동발달의 장단기적 성과가 무엇인지 엄밀히 분석해 이를 부모나 예비 부모와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사회활동을 하더라도 아이 미래에 해롭지 않다는 안도감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다.

물론 출산 의향은 영유아기 양육부담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으려면 먼저 직무성과급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또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늘봄학교를 이용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양질의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늘봄학교가 현재 양적 확대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학교 밖 물리적·인적 자원을 학교 내 자원과 어떻게 연계하고 통합할 것인지, 늘봄인력의 재교육 및 양성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높은 주거비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식기반산업의 확대, 이러한 산업의 수도권 집적과 연관돼 있다. 지역별 특화산업의 발전과 의료,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의 복합화와 개선 또한 추진해야 한다. 높은 양육비와 지나친 경쟁문화는 공교육에 대한 낮은 신뢰도 및 입시제도와 관련이 깊다. 공교육이 자발적이고 다채로운 경험을 융합해 자신만의 진로를 선택하고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입시 과정에서는 이를 학습의 결실로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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