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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의 격똑똑한 리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신수정 KT 부사장 2024년 05월호


한 창업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고집이 참 강했다. 좋은 말로 하면 소위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고, 남들이 반대하던 사업을 자신의 고집으로 성공시킨 사람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성공 경험이 오히려 자기 발목을 잡게 된다. 세상과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자기 의견을 계속 고수했고 결국 그의 회사는 쇠락하고 말았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이 같이 일하고자 하는 ‘똑똑한 리더’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해를 수정한다. 그들은 이미 해결했던 문제들도 다시 고려해 본다. 그들은 기존 사고에 대항하는 새로운 관점, 정보, 생각, 모순, 도전 등에 열려 있다. 자신의 예전 생각이 잘못됐다면 언제든 바꾼다.”

그런데 많은 리더의 경우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자신의 기존 의견을 잘 바꾸지 않는다. 왜일까? 의사결정을 바꾸는 것을 ‘자신이 틀렸고 어리석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설령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 과거 의견이 잘못된 것이 명백해진다 해도 그들은 의견을 잘 바꾸지 않는다. 특히 자신보다 낮은 직위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증거를 가져온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핵심가치와 기본원칙은 흔들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지켜갈 필요는 분명히 있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바꾸라는 것은 아무 생각도, 줏대도 없이 남의 말에 혹해 정신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자기 의견은 갖고 있되 가정과 사실, 환경이 바뀌면 과감히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데도 필름사업을 고집한 코닥의 경영자들을 보라. 흥미롭게도 디지털카메라를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명한 곳이 코닥이었다. 세상이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데도 필름사업이 돈을 벌어다 줬기에 그것을 고수한 것이다. 뒤늦게 이것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반면 후지필름은 필름이 더 이상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고민을 통해 생각의 전환을 이뤘다. 후지필름의 CEO 고모리 시게타카는 “우리 상황은 도요타에서 자동차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 사태를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발표하고 필름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렇게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의약품, 화장품, 바이오에 응용해 신사업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코닥은 파산했지만, 후지필름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정말 똑똑한 리더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도, 반드시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라 표현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적 겸손’을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고 한다.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옳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분명한 의견을 갖고 있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strong opinions, which are weakly held)’ 자세를 갖는다. 더 분명한 사실과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이를 바꿀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

미국 비즈니스 잡지 『INC』의 한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상대가 진짜 똑똑한지, 아니면 허풍인지를 구별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상대가 기존 의견을 바꾼 최근의 때는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한 기억이 별로 없다면 그 사람은 진짜 똑똑한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스스로 틀렸음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꿨을 때는 언제인가? 만일 기억하기 어렵다면 당신은 그렇게 똑똑한 리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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