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ENG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배순탁의 셋리스트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크리스마스를 노래할 디바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4년 05월호

고등학생 시절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다. 대화 주제는 주로 록 음악. 예를 들어 본 조비, 메탈리카, 넥스트 같은 밴드였다. 물론 록은 내 음악 취향의 뿌리라고 할 수 있을 장르다. 한데 그때를 되돌아보면 가장 애청했던 음악은 록이 아니었다. 바로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이었다. 

머라이어 캐리가 누군가.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도 1994년 발매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어김없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2019년부터 연속으로 크리스마스 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 곡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크리스마스를 지배할 것 같지만 장담해서는 안 된다. 올봄 ‘벚꽃엔딩’이 멜론 차트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는 걸 기억하자. 그렇다. 우리가 장담할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진리뿐이다.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가 화제를 모았던 건 압도적인 가창력, 그중에서도 초절기교를 아무렇지도 않게 부리는 타고난 재능 덕분이었다. 1990년 발매된 데뷔작 〈Mariah Carey〉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첫 싱글이었던 ‘Vision of Love’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이후 ‘Love Takes Time’, ‘Someday’, ‘I Don′t Wanna Cry’ 등이 줄지어 히트했다. 지금 저 곡들을 어떤 자료도 보지 않고 쓸 만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2집 〈Emotions〉는 1집만큼의 판매량을 거두지 못했다. 가창력 논란도 불거져 그의 보컬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 의혹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MTV의 음악 라이브쇼 〈Unplugged〉에서 불렀던 ‘I′ll Be There’는 정말이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워낙 라이브가 훌륭했던 탓에 이 곡을 머라이어 캐리의 오리지널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원곡은 잭슨 파이브다.

무려 2,800만 장가량 팔린 3집 〈Music Box〉는 라디오에 가장 많이 신청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가 실린 앨범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Hero’와 ‘Without You’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인 ‘Anytime You Need a Friend’ 역시 이 앨범에 실려 있다. 그의 음악적 뿌리 중 하나가 흑인 가스펠(gospel)임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후 당대 최고의 보컬 그룹 보이즈 투 멘과 함께 발표한 ‘One Sweet Day’, ‘Always Be My Baby’, ‘Honey’, ‘My All’ 등으로 1990년대 팝의 여왕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글쎄. 셀린 디옹도, 토니 브랙스턴도 위대한 디바였지만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영향력에서 볼 때 아무래도 머라이어 캐리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은 무려 19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저 19곡 중 머라이어 캐리가 송라이팅에 참여한 곡이 18곡이라는 것. 그렇다. 단지 빼어난 가수가 아니라 시대를 대표했던 싱어송라이터였다.

1위 곡 중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11곡을 골라봤다. 크리스마스건 아니건 앙코르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여야만 할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