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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주류 경제학의 3가지 오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2024년 05월호

최근 한국경제에서 집단행동이 크게 늘고 있다. 노동조합, 간호협회 파업 그리고 전공의 집단의 진료거부 사태 모두 국민이나 국가보다 소속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익집단들의 행동이다. 이익집단의 역할이 커지면서 해법을 제시해야 할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 또한 이슈가 되고 있다. 

먼저 주류 경제학은 집단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마르크스 경제학이 노동자 등 집단에 대한 연구에 치중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반면, 자본주의 경제학은 소비자와 생산자 등 개별 경제 주체, 즉 개인의 행동에만 집중하고 집단의 행동을 간과한다. 또한 주류 경제학에선 소비자와 생산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관료나 국회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채택한다. 그러나 공공선택론에서와 같이 관료나 정치인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집단일 수 있다. 무임승차자가 적은 강력한 이익집단이 관료나 국회의원을 로비로 포획해 법과 제도 구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주류 경제학도 이제 집단행동에 대한 연구를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나 경제적 불평등은 모두 국회에서 정치인에 의해 결정되는 법·제도와 연관이 있다. 성장의 동력인 기술진보, 노동생산성, 자본축적 모두 제도 선택과 깊은 연관이 있는 내생변수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은 제도를 중요시하지 않으며 최근까지는 기술진보도 외생변수로 취급해 제도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번 전공의 사태도 교육제도 개혁과 연관이 있다. 제도는 입고 있는 옷과 같아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경제여건이 변했는데 이익집단의 반발로 제도를 개혁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도 기술진보의 내생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 역시 부국과 빈국을 가르는 중요한 원인으로 제도 선택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의료·연금·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각 부문마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면 제도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도개혁의 실패가 저성장의 원인임을 인식한다면 주류 경제학은 제도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유교적 전통하에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정책 수립에 정치적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제정책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재선되기 위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정치적 경기변동론이 문제가 되곤 했다. 반면에 최근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결정되는 재정정책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퓰리즘과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이렇게 보면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고 경제적 요인만으로 분석하는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여건이 변하면서 주류 경제학의 방법론은 도전받고 있다. 집단의 행동과 제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방법론으로는 한국경제를 올바르게 분석하기 어렵다. 경제전망은 물론 대책 또한 잘못 제시될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은 방법론을 보완해서 한국경제를 지금의 저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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