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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을 만나다새로운 청소서비스로 모두의 삶에 여유와 윤기를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2024년 06월호

2017년 생활연구소가 선보인 청소연구소는 청소 전문 매니저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그렇게 ‘청소매니저’라는 직업을 탄생시킨 생활연구소는 생활 편의 제공 비즈니스를 넘어 기존에는 존중받지 못했던 청소라는 일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청소연구소 출시 7년이 지난 지금, 익명에서 벗어난 15만 명의 전문가들이 청소매니저란 이름으로 활약 중이다. 청소를 매개로 시대에 걸맞은 직업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우리 생활에 더 나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는 생활연구소 연현주 대표를 만났다.

청소연구소의 청소매니저는 15만 명, 누적 이용 고객수는 150만 명이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면 바로 내일이라도 청소 전문가들의 방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청소매니저는 정말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호칭입니다. 청소는 굉장히 전문적인 일임에도 그동안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현주 대표는 청소 전문가들이 누군가의 삶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규정되길 원했다. “일하는 이 스스로가 자신의 노동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는 표현을 고민하다 집안 곳곳을 관리해 준다는 의미로 청소매니저를 선택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익숙한 표현에 부르기도 좋고, 거부감 없이 집을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당시 청소매니저 당사자들도 좋아하셨고요.”

이름에 걸맞은 청소 전문가 양성

연현주 대표의 바람대로 새로운 호칭은 인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고객의 대응이 좋아지고, 매니저들도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게 됐죠. 물론 청소매니저라는 호칭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소연구소 교육장에서는 매일 매니저와 지원자들을 위한 교육이 열리고 있다. 교육장은 서울시내 모든 구마다 있고 인천, 청주, 대전, 부산 등의 지역에서도 운영 중이다. 현장에서는 청소와 관련된 전문 교육부터 고객 응대까지 청소매니저 활동에 필요한 모든 교육이 이뤄진다. “당장 활동하지 않는 분들도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교육을 수료한 이후에 바로 일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일단 교육을 받아두고 상황이 허락할 때 언제든 일을 하도록 하죠. 단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해 활동 전 교육은 필수입니다.”

사실 청소연구소의 서비스는 연현주 대표 본인에게도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모두가 비슷하겠지만 매번 맘카페를 뒤지며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도 집 청소를 맡길 딱 맞는 사람을 찾기는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정말 오래된 비즈니스인데 왜 이렇게 발전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내가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죠.”

그렇게 연 대표는 IT 기업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5명과 힘을 합쳐 2017년 생활연구소를 시작했다. 전문 인력과 고객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과거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로 ‘청소’라는 카테고리를 재정립한다면 분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힘을 모아 청소와 관련된 가장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창립 멤버 6명 모두가 느끼고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도전했습니다. 청소매니저를 집에 보내주는 직원 복지 때문에라도 그만둘 수 없다며 지금도 모두 함께하고 있습니다(웃음).”

모두에게 존중받으며 일한다는 것

연현주 대표는 회사의 주축인 청소매니저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전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첫 명절을 맞아 매니저 전원에게 홍삼을 선물했습니다.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뭔가 인정받는 느낌을 받으셨대요. 가족들에게도 면이 섰다며 되레 농산물이나 간식들을 보내주시곤 하셨죠. 어느덧 7년이 흘러 인력이 15만 명으로 늘었지만, 지금도 명절에는 계속해서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청소매니저들에게 활동 실적에 따른 보너스 외에도 업무상 재해 의료비 보상과 자녀 학자금, 입학 축하금, 결혼 축하금 등 다양한 경조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저희 청소매니저님 모두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보면 고객보다 더 중요한 분들이니까요.”

물론 1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청소용품의 화학적 원리까지 꼼꼼하게 연구해 세제 사용법에 대해 교육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생각한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일까. 청소매니저의 95% 이상이 만족하며 일하고 있고, 이는 회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가장 힘든 일은 매니저님들의 부상입니다. 더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의자를 밟고 올라가 천장을 닦다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친 분도 있었어요. 이런 일을 예방하고자 안전가이드를 강화하고 매뉴얼도 더 세심하게 다듬었습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하고, 고객이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회사에 연락하도록 했습니다.” 연 대표는 돈보다 중요한 게 안전이라고 강조한다. 직업인 모두가 그렇듯 건강하게 일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매니저들의 근무 환경도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다. “청소라는 생활 밀접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가끔 무리한 요구, 잘못된 행동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항상 고객들에게 안 되는 것에 대해 정중히 안내합니다. 만약 고객의 불만으로 철수하게 되더라도 상호 존중의 원칙을 벗어나는 환경에서까지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히 상식에 벗어난 고객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희의 바람처럼 ‘우리 집을 관리해 주는 청소 전문가’라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연구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가 있다. 유머, 사랑, 공유다. “지난 사회생활을 돌이켜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나 동료였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인데, 저는 똑똑한 한 명이 아니라 훌륭한 팀을 원합니다. 나만 잘하는 게 아닌 함께 더 나은 걸 찾는 일이 가치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재미있어야 하고요. 저희와 함께 일하는 모두가 유머, 사랑, 공유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 대표는 생활연구소를 통해 느끼는 사명감에 관해 이야기한다. “창업 후 누군가의 노동을 존중받는 직업으로 재정립하고, 청소를 통해 고객의 삶에 여유를 줄 수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처럼 더 많은 여성이 용기를 갖고 도전하길 바랍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 말고 도전해 보세요. 세상에 소비자는 남자가 반, 여자가 반이니 적어도 시장의 50%는 읽을 수 있잖아요.”

청소연구소는 최근 8평 이하 원룸 청소 서비스와 일부 공간만 청소하는 사무실 청소 1시간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다. 예비 엄마들을 위한 출산지원금의 일환으로 가정집 청소 전액 지원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집중하며 더 많은 이의 삶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연현주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이다
글·이재영 듣고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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