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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계로 세상 읽기초고령사회, 기대수명만큼 중요해지는 건강수명 지표
이석민 통계청 통계개발원 사무관 2024년 06월호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의미한다. 2022년 우리나라 남녀 전체 기대수명은 82.7년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전년 대비 0.9년 감소했지만 1970년 62.3년보다 20년 정도 증가했다. 1970년도 출생아보다 2022년 출생아가 20년 더 오래 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 남자는 2006년(75.4년), 여자는 2003년(80.8년)에 이미 OECD 남녀 평균 기대수명(각 75.2년, 80.4년)에 도달했다. 현재 대한민국 여자의 평균 기대수명(85.6년)은 일본(87.6년), 스페인(85.9년)에 이어 OECD 국가 3위 수준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기대수명이 증가한 배경에는 영아사망률 감소, 공공 보건의료 체계 확립, 교육 수준 증가, 경제 발전 등이 있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합계출산율 감소로 노인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사회복지 비용 증가, 의료비 지출 증가, 생산력 감소 등 여러 문제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한 노인 연령 기준을 현재의 ‘65세 이상’에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은퇴연령 상향 및 연금지급 개시 연령 조정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노인 연령 조정이 제기되는 배경과 근거에는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이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모든 연령의 기준도 상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기대수명의 증가만을 근거로 고령사회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없다면 길어진 삶이 행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대수명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의 삶의 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상태를 반영한 지표다. 많은 나라에서 건강 수준 향상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이 건강수명을 통계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을 통해 국민 건강수명 증진을 총괄 목표로 설정,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건강하게 살까?

그렇다면 어떤 상태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건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양호(well-being)한 상태”라고 본다. 즉 건강은 질병, 장애, 신체활동, 정신건강, 사회적 안녕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개념이다.

통계청은 초기 건강수명 통계 개발 시 국민건강영양조사, 등록장애인 수, 인구총조사, 건강보험통계연보 등의 자료에서 13개 항목을 추려 주관적 건강, 유병기간 제외, 장애 제외, 활동 제한, 만성질환 제외 기대수명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통계의 안정성 및 효과성을 고려해 사회조사(복지, 사회참여, 여가, 소득·소비, 노동, 가족, 교육·훈련, 건강, 범죄·안전, 생활환경 등 10개 부문을 2년 주기로 5개 부문씩 매년 조사)의 ‘유병기간 비율’과 ‘주관적 건강평가’ 결과를 성별·연령별 생명표(현재의 연령별 사망 수준이 유지된다면 특정 연령이 향후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 추정한 통계표)에 적용해 건강수명을 산출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의 기대수명(남자 79.9년, 여자 85.6년) 중 건강기간은 남자 65.1년, 여자 66.6년으로 여자의 건강기간이 1.5년 길게 나타난다. 그러나 기대수명에서의 건강기간 비율은 남자 81.4%, 여자 77.8%로, 전체 생애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참고).
 

이 역설적인 상황은 주관적 건강 기대수명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기대수명 중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기간의 비율은 남자 89.7%, 여자 85.2%로 나타났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더 오래 살지만
더 건강하진 못하다는 통계의 진실


여자가 더 오래 살지만 더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성별 건강격차 연구에서는 ‘남녀 건강생존 역설(male-female healthsurvival paradox)’이라고 부른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두 가지 요소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는 건강행태에서 나타나는 남녀 간 차이다. 많은 연구에서 여자는 건강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의료인에게 자기 신체상태에 대한 많은 증상과 징후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에 반해 남자는 의료기관 방문을 질병의 마지막 단계까지 미루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요인은 건강수명 정의의 불완전성이다. 건강수명 산출 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기적인 관리 및 약제 복용을 하면 건강수명이 짧아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건강검진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게 되는 경우에도 건강수명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건강의 개념을 의료적 기준으로만 보게 되면 이와 같은 한계점에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WHO에서는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ies, and Handicaps)를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계 또는 지표를 작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ICF는 신체적·사회적·환경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인의 건강과 건강 관련 상태를 측정하는 분류 모델이다. 세부적으로는 신체적 기능과 구조적 건강, 사회적 활동 및 참여에 대한 건강, 환경요인 등 4가지 영역에 대한 건강 지표로 구성돼 있다. ICF와 같이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통계의 확충·적용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필수적인 요소다.

기존의 건강 측정은 질병의 유무에 대한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기대수명의 증가를 맞이한 고령사회에서는 단순히 질병의 유무보다 복합적인 요인을 토대로 한 측정이 요구된다. 특히 노인질환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실제 나이보다 일상생활의 기능에 주목한다. 의료적 기준이 중심이 되는 건강에 대한 관점이 개인적·환경적·사회적 측면으로 확장될 때 다양하고 현실에 부응하는 건강정책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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