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마땅히 들어줘야 한다. 김윤아가 누군가. 자우림의 보컬로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고, 솔로 활동으로도 분명한 자기 영역을 일군 싱어송라이터다. 1990년대 이후 최고의 여성 가수를 꼽는다면 톱5에는 무조건 든다고 본다.
오래전부터 김윤아의 음악을 애정했다. 증거도 있다. 그의 솔로 앨범은 아니지만 자우림의 9·10·11집 해설을 썼다. 당신이 만약 자우림의 음악을 애정한다면 김윤아의 솔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김윤아의 앨범은 보컬 듣는 맛이 굉장하다. 그 어떤 곡에서도 호흡, 발성, 음정, 박자 감각 등 빠지는 구석이 없다. 그의 보컬은 뭐랄까, 기술적으로 완벽한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충만하다. 뇌와 심장을 동시에 타격한다.
그의 솔로 데뷔작 부터 히트곡이 터져 나왔다. ‘봄날은 간다’가 여기 있다. 음반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당신 미소의 그림자.’ 이즈음 자우림은 어두운 톤의 음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직 카펫 라이드’ 같은 밝은 분위기의 히트곡으로 전국을 휩쓸며 정상급 밴드임을 재확인했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이면이 있다는 의미에서, 거칠게 분류하면 김윤아의 솔로는 자우림 세계의 이면이 된다.
2집 〈유리가면〉은 어쩌면 현재까지 김윤아의 최고작일 것이다. 이 음반이 발매됐을 당시의 풍경을 기억해 본다. 의외로 평가는 좋지 못했다. 너무 ‘연극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 스튜디오와 무대 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통해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존재가 가수일진대 ‘너무 연극적’이라니, 일종의 언어도단처럼 비쳤다. 이 지점에서 저 위대한 조니 미첼이 남긴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가수는 일종의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김윤아 솔로의 히트곡 중 꼭 언급하고 싶은 노래는 3집 〈315360〉의 ‘Going Home’이다. 만약 이 곡을 아직 모르고 있다면 나는 당신을 부러워할 것이다. 정말이다. 처음 이 곡을 듣던 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막 손에 넣은 3집을 재생했다. 당시 이런저런 일로 좀 지친 상태였는데 큰 위로를 받았다. 버스에서 눈물 훔치느라 혼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핵심 가사는 이렇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최근까지도 김윤아는 5집 〈관능소설〉로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자우림은 총 11장의 디스코그라피로 그들만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히트곡 개수, 음악적 평가를 모두 고려할 때 그를 한국 대중음악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러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셋리스트는 솔로 한정으로 골랐다. 그의 솔로 콘서트 역시 자우림처럼 언제나 매진이라는 점을 덧붙인다. 아직 김윤아의 공연을 못 봤다면 꼭 한번 가서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완벽한 공연이란 유니콘 같은 것이겠지만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