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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의 격상대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못 알아듣는다
신수정 KT 부사장 2024년 07월호

한 리더가 말한다. “직원들이 일을 못해 답답해요.” 나는 일을 못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어요. 자세히 설명했는데도 엉뚱하게만 행동하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은 ‘두드리는 자와 듣는 자(tapper and listener)’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사람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제목을 맞히는 간단한 실험이다. 누구나 아는 노래 120곡으로 진행된 실험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상대가 제목을 맞힌 비율은 단 2.5%였다. 그렇다면 탁자를 두드린 사람은 상대가 얼마나 맞힐 것으로 예상했을까? 무려 50%였다.

이 실험은 두 가지 통찰을 준다. 첫째, 타인의 이해도는 자신의 예측과는 다르다. 둘째, 상대에게 전달하는 신호는 생각만큼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 정도 말하면 상대가 적어도 절반은 알아들을 것이라 여기지만 천만의 말씀. 실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현실은 2.5%다.
 
말이나 보여주는 시그널만으로 상대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리더들뿐 아니라 연인이나 가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이 정도로 설명하고, 시그널을 줬으면 상대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을 것이라 여기지만 상대는 잘 모른다. 누군가는 오히려 당신의 말과 시그널이 무슨 뜻인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간혹 상대의 작은 시그널로도 상대가 주는 메시지를 포착하는 ‘달인’이 있다. 이들은 조직에서도 센스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다. 달인이라는 표현처럼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다. 대개는 자신이 한두 번 말하거나 애매하게 설명하면 상대는 내 마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구체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 회사의 목표나 방향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연초 리더의 계획이나 강조사항을 일 년 내내 기억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였던 잭 웰치도 100번 이상을 말해야 리더가 말한 목표와 방향이 조직에 스며든다고 말할 정도다.

‘개떡같이’ 말하는 것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경우는 정말 소수고, 대개는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표현하자. 그리고 중요한 것일수록 지나칠 만큼 반복하자.

최근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챗GPT는 엄청난 데이터를 가진 인공지능이긴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돌아오는 대답의 질이 달라진다. 별 고민 없는 일반적인 질문에는 7살 아이처럼 답변하지만 좋은 질문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답변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사용자는 지시를 잘해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가 수준의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자도 마치 연출가처럼 세심한 대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과 소통해야 한다. 일반적인 질문으로는 일반적인 답밖에 얻을 수 없다.

구성원과의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구성원들의 잠재성과 능력이 챗GPT만큼 풍성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상대가 훌륭한 아웃풋을 내지 못한다면 상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리더가 지시나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리더 역시 원하는 만큼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했는가에 따라 돌아오는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정리하겠다. 앞으로는 탁자를 두드리지 말고 노래를 부르자. 그러면 상대는 당신이 부르는 노래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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