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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의 격구성원들이 알아서 잘 안 움직인다면?
신수정 KT 부사장 『커넥팅』, 『거인의 리더십』 저자 2024년 11월호
커뮤니케이션과 시스템

얼마 전 한 기업의 리더를 만났다. 참 예의 바른 분이었다. 그는 내게 이런 고민을 털어 놓았다. “경력이 좋은 분을 채용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고객사에 자주 가 현장의 소리를 들어주길 원하는데 그분은 사무실에서 관리만 하셔서 답답합니다.”

이에 물었다. “그러면 그분에게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야기하셨나요?”

“아니요. 제 성향이 이른바 F에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대신 그분에게 제 경우에는 고객을 되도록 자주 만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거라 여긴 것이죠.”

나는 말했다. “애매하게 이야기한다면 그분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그렇게 메시지를 줬는데도 변화가 없어 서운한 마음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잘못된 소통으로 인한 오해일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이런 오해가 쌓이면 나중에 돌이키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제가 정확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변화가 없으면 어떡하나요? 그러면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야 하는 걸까요?”

“상대가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때 사람들이 유모차를 몰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바람에 사고가 자주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백화점 측에선 유모차를 가지고 타지 말라는 공지를 붙여 놓았죠. 불행히도 효과는 없었습니다. 다음 대책으로 안내원을 배치했지만,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고 고객들과 다툼만 늘어났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더구나 효과 좋고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했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글쎄요.”

“에스컬레이터 입구 중간에 유모차 차단 봉을 박아 놓은 것입니다. 이런 게 시스템입니다. 다른 예로 도로의 신호등 역시 멋진 시스템이죠. 신호등 하나로 혼잡이 사라지고, 운전자 대부분이 신호에 맞춰 알아서 제대로 행동하잖아요.”

“네···. 그렇다면 이처럼 효과 좋은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기업 구성원들과 ‘고객정보 공유 미팅’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참석자들에게 해당 미팅에서 각자가 한 주간 고객을 만나 파악한 정보들을 서로 나누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도 자연스럽게 정기적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미팅에서 이야기할 거리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요?”

“아 그렇군요. 구성원들을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라···. 감사합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태도나 역량에만 기대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은 당신의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갖추고, 리더의 마음을 파악해 보고도 잘하는 센스 넘치는 구성원은 현실에서 만나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그런 인재가 주변에 있다 해도 그는 당신 밑에 오래 있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복습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필요한 것은 항상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고, 목표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넛지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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