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업의 본부장이 찾아왔다. 젊은 나이에도 여러 뛰어난 성과를 쌓으며 본부장이 된 사람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왔고, 쌓아온 스펙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본부장이 된 후 몇 개월이 지났지만, 조직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거인의 리더십』을 읽고 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그에게 조직의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직원들의 역량 부족, 성장에 대한 의지 결여, 현재 월급에 만족하며 대충 일하려는 사고방식, 부족한 혁신 정신 등 한참을 하소연하듯 이야기한다. 흥미롭게도 그가 내세우는 이유에는 본인은 하나도 없고 ‘그’ 또는 ‘그녀’만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제가 보니 본부장님은 열정이 가득하고, 일 또한 참 잘하는 분이네요. 그 결과 승승장구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또 이렇게 저를 찾아오기까지 하셨습니다. 자! 본부장님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힘없이 그가 답한다. “무엇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선 늘 학습해야 하죠. 최신 트렌드 역시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합니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일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답한다. “이 부분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리더로서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상대의 신뢰를 얻으며, 칭찬하며 지원하는 것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긴 쉽지 않죠.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을 잘하도록 돕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 둘은 아주 다른 일임에도 우리는 같은 것으로 착각합니다.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는 것과 훌륭한 코치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인데 말이죠. 물론 직원들의 행동이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자기 동기가 충만하고, 높은 성장 의지를 바탕으로 지금껏 열심히 노력한 본인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너희가 문제야!’ 하며 답답한 표정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직원들은 본부장님을 어떻게 볼까요?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까요?”
“저 역시 그런 상사를 만난다면 ‘재수 없어. 너 잘났어.’라며 오히려 더 열심히 안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답이 나온 것 같네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상대 탓을 하며 비난하기보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관점을 갖겠습니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직원들을 만나 조직이 잘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자신들이 회사에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도 들어봐야겠습니다.”
‘자기 분야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 말한다. 그리고 리더는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말한다. 물론 일을 잘하는 전문가라면 본인의 노하우를 조직에 잘 전달하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일로, 혼자 일 잘하는 것과 리더 역할을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불행히도 많은 회사 혹은 조직은 일 잘하는 사람을 리더로 승진시켜 놓고, 리더의 일 역시 알아서 잘 해내길 기대하며 방치한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일부터 해보길 권한다. 모두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라.
“혼자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하도록 할 줄 아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둘은 무엇이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