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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엔비디아는 잘나가는데··· 삼성전자는?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2024년 12월호
오늘의 혁신 기업이 내일도 혁신 기업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순간 그 기업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제 기업의 미래는 과거의 영광이 아닌 혁신의 속도에 달려 있다. ‘현재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격언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진리가 됐다. AI로 대변되는 기술 혁명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빠른 적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오늘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 변화는 바로 그런 냉혹한 현실을 일깨워 준다.

미국 다우지수는 미국경제의 핵심 산업을 대표하는 30개 대형 기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지난 11월 한때 반도체산업의 거인이었던 인텔이 퇴출되고 AI 반도체의 신흥강자 엔비디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2014년 인텔의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로 엔비디아(100억 달러)의 16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엔비디아가 3조 달러를 훌쩍 넘기며 인텔(940억 달러)을 35배 차로 압도하고 있다.



애플·아마존·엔비디아는 혁신 바탕으로
다우지수에 편입···코닥·GE·AT&T는 퇴출


이는 비단 인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절대 강자였던 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AT&T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혁신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좌초했다. 한때 필름, 전자제품, 통신 산업에서 각각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으나 디지털 기술 혁신과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다우지수에서 제외됐다. 반면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은 급격히 발전하는 AI,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바탕으로 다우지수에 편입됐다.

1999년 다우지수에 편입된 인텔은 당시 반도체산업의 미래였다.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하며 디지털 혁명을 이끈 상징적 기업이었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문구는 곧 기술력과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했다. AI라는 새로운 물결이 몰아치면서 인텔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성능 AI 칩 시장에서 인텔은 후발주자로 전락했고, 한때 ‘혁신’의 대명사였던 기업은 이제 ‘퇴보’의 사례로 회자될지도 모른다. 불과 20여 년 만의 극적인 반전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달랐다. AI와 GPU 시장의 잠재력을 일찍이 간파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AI 시대의 ‘총아’로 부상하며 다우지수 편입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시가총액에서도 한때의 스승이었던 인텔을 압도적인 차로 따돌렸다. 이 극적인 자리바꿈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오늘의 혁신 기업이 내일도 혁신 기업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순간 그 기업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엔비디아는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비교 자체가 어려웠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20배나 더 큰 공룡 기업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천지개벽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500조 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393조 원)를 11배 차로 압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AI 시대를 선점하는 데 혁신적 속도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와 모바일 기술에서 쌓아 올린 성과는 분명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AI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영광은 순식간에 빛이 바랬다. 오늘의 현실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발 빠른 속도 전환과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대·중소기업 협업 촉진하고 근로시간 등
규제 완화해 혁신 속도 높일 환경 조성해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기술력은 이제 미국의 86%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9년만 해도 92.9%였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이 충격적인 수치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AI 혁명을 주도하며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유연한 연구 환경과 파격적 인센티브로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각종 제도적 제약에 발이 묶여 있다. 한 예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로 유연한 근로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AI와 같은 첨단 기술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은 가속화되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에 취해 안주하는 동안 세계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AI와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반도체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려면 우리 기업과 정부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업들은 첫째, AI와 고성능 반도체 기술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이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 이러한 수요에 맞는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기존의 메모리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AI 처리에 특화된 칩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둘째, AI와 반도체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협업을 촉진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다양한 혁신이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AI 및 반도체 시장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유연한 근로 제도 등 법·제도의 정비다.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윤리적·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AI, 반도체 같은 고속 성장 산업에서는 연구개발(R&D)에 유연한 근로시간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거나 탄력적 근무제도를 활성화해 기업들이 더욱 민첩하게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AI 인재 양성이다. AI와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셋째, AI R&D 지원 강화다. AI와 고성능 반도체 분야의 R&D에 지원을 대폭 강화해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비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넷째, 산업 생태계 육성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장려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규제 혁신과 연구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근로시간 규제는 유연화하면서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 격차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것이 아닌 만큼 그 극복에는 장기적 안목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한다. 혁신의 속도가 빠른 AI와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향상과 민첩한 대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정책을 재편하고 기업들이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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