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강 대표는 노인 자살률 1위라는 통계에 충격을 받아 시니어 인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체 ‘내이루리’를 시작했다. 회사의 이름처럼 사람을 살리고, 내일의
우리를 위한 일을 내가 이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세상의 많은 일 중 사람의 손이 닿아야 마침내 완성되는 일이 있고, 이 분야의 핵심 인력은 오랜 경험으로 성실함과 책임감이 몸에 밴 시니어라고. 정현강 대표와 내이루리는 더 많은 이가 희망찬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있다.
내이루리의 대표 서비스는 ‘옹고잉’이다. 존경의 의미를 담은 한자, 어르신 옹(翁)을 따 서비스 이름에 붙였다. “옹고잉은 시니어 인력을 기반으로 시작한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입니다. 내이루리가 물류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니어분들에게 적합한 가장 현실적인 일자리를 고민한 끝에 배송업을 시작했습니다.”
옹고잉은 55세에서 74세까지, 평균연령 64세의 시니어를 정기배송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프로’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시니어들은 회사, 병원 등을 대상으로 도시락이나 식자재 납품, 등기서류 배달 등의 일을 한다. 일반배송과 달리 배송처가 고정된 정기배송은 시니어 인력이 적응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정기배송 관제시스템인 ‘옹엔진’도 개발했다. 15초 안에 정기배송을 위한 최적의 동선을 도출하는 알고리즘 옹엔진은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다른 정기배송업체에도 판매하고 있다.
“업무 강도가 높으면 급여도 높아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립니다. 예를 들면 쿠팡 같은 곳이죠. 반대로 비교적 쉬운 일은 자연스레 급여도 낮아 젊은 사람이 오더라도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 성실한 시니어 인력을 매칭하는 것이죠.”
정기배송에 투입되는 인력은 내이루리의 자체 교육을 거친 후 자가용이나 회사에서 지급하는 렌트 차량으로 일을 시작한다. “나이 많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직접 운영해 보니 배송 건당 사고 비율이 0.6% 수준이었습니다. 그조차도 속도위반 등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물론 보유 인력 중 평균보다 나이가 많은 프로들은 따로 더욱 세심하게 관리한다. 담당 운영 매니저가 매일 소통하고, 월 1회 식사도 함께하며 인지기능이나 체력 등에 변화가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책임감과 성실함! 시니어 인력의 힘
시니어 인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시작했지만, 조금씩 경험이 쌓이며 성장을 위한 다음 방향도 점점 선명해졌다. 이제 내이루리는 시니어 HR(Human Resources) 테크 기업이라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장에서 시니어 인력에 요구하는 능력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성실함과 책임감이죠. 단순노동은 시간이 지나면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따라서 꾸준히 그 자리를 오래 지키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이익입니다. 2021년 11월부터 100명이 넘는 시니어를 채용하며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AI 역량 검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 맞춤형 인력을 제공하려 합니다.”
내이루리의 AI 프로그램은 채용 대상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근태 문제는 없는지, 업무 수용성은 잘 갖추고 있는지, 스마트폰 사용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체력 등 업무에 대한 적합성까지 총 6가지 기준으로 시니어 인력의 역량을 평가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다. 인력이 필요한 기업과 지자체는 내이루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시니어 인력을 믿고 채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프라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회사 내 수용 인력이 가득 차 추가 고용을 하지 않지만, 지금도 많은 문의와 지원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원하는 시니어들의 반응은 정말 뜨겁습니다. 늘 마음이 급합니다. 사업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수요처 발굴을 위해 매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시니어 인력에 지워진 단단한 인식의 벽
“현재 고객사와의 계약연장률은 대략 80% 정도입니다. 수치가 증명하듯 시니어 인력을 고용한 분들의 만족도는 꽤 높습니다. 하지만 시니어 인력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우리가 이뤄온 성공적인 지표를 보여줘도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생각보다 정말 확고합니다. 하지만 더 많은 곳에서 시니어 인력을 경험한다면 분명 나아질 것입니다. 시작만 한다면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정현강 대표의 말처럼 우리나라 노인의 삶은 정말 고단하다.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보여주듯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학 시절 파키스탄에서 히말라야 등반을 돕는 동갑내기 셰르파를 만났습니다. 샌들을 신고 겨울 산을 오르는 그의 발은 사람의 발이 아니었어요. 그에게 셰르파의 25%가 등반사고로 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험한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 도시로 나가 공부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또래 친구의 절박한 삶을 알게 된 정현강 대표는 여기저기 수소문해 IT 기기와 전기료 등을 지원받아 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기부는 끊겼고, 모든 것이 원점이 됐다. 그때 올바른 일을 지속 가능한 일로 만들기 위한 비즈니스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노인 문제를 만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였다.
“노인들이 목숨을 포기하는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죽을 만큼 돈이 없거나 죽을 만큼 외로워서. 일자리가 이 두 가지 모두를 풀어주는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일자리가 한 생명의 목숨값이라는 생각으로 내이루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내이루리의 옹고잉 서비스는 첫해 매출 4억8천만 원, 다음 해 12억7천만 원 그리고 올해 17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해 크게 자랑할 만한 성장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곳도 많으니까요. 다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간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유의미한 성장이라 봅니다. 성장의 폭은 크지 않지만, 내이루리가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만큼 우리 사회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옹고잉 서비스는 내년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다행히 지역에서도 밥차나 이동 급식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정기배송 다음으로는 당일배송에도 도전하려 한다. 젊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틈새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정현강 대표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이라면 어떤 세대든 그보다 덜 불안하고 더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이 시작되기 전과 후의 세상이 달라진다면 이것이 혁신의 완성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혁신의 기준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는가, 이를 통해 세상이 달라졌는가입니다. 저 역시 내이루리를 통해 노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진정한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