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시장의 WGBI 편입으로 약 75조 원의 투자 유입,
재정자금 조달 비용 인하, 우리나라 신인도 제고 등 직접 효과 외에도
자본시장 규모 확대, 금융산업 성장 등 긍정적 파급효과 클 것으로 기대
지난 10월 9일 새벽 5시, FTSE 러셀[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자회사로 세계적인 시장지수(market index) 산출기관]은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세계국채지수(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신뢰성을 인정받는 채권투자지수다.
WGBI, 가장 신뢰성 높고 편입이 제일 까다로운
글로벌 국채지수
이번 발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WGBI의 편입 조건이 매우 까다로움에도 관찰대상국에 오른 지 2년 만에 편입이 이뤄진 점이다. 특히 한국은 다른 금융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국인 투자 규제를 유지해 온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둘째, 한국의 편입 비중은 26개 WGBI 편입국 중 9위인 2.22%로 높은 수준이어서 내년 11월 이후 WGBI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큰 폭으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WGBI 편입에 따른 효과는 약 75조 원의 투자 유입과 재정자금 조달 비용 인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우리나라 신인도 제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WGBI 편입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먼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 26개 WGBI 편입국의 국채 편입 비중을 보면 대체로 경제규모 순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전략은 글로벌경제의 흐름에 따라 국가그룹별 수익률을 추적(tracking)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크고 경제제도가 선진국으로 분류됨에도 WGBI에 포함돼 있지 않아 그 추적의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의 편입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채투자 전략이 더욱 정확해질 것이라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외국인 국채투자 비율이 지난 9월 말 기준 22.6%로 높은 수준임에도, 그간 투자자가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10월 기준 20개 기관이 외국인 국채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WGBI 편입으로 외국 투자기관도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WGBI 편입은 국내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째, WGBI 편입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파이(pie)를 키우게 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채권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국채시장에 75조 원이라는 추가적인 신규 자금이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크기가 커지게 되고, 이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촉진하게 된다.
둘째, 중립금리(경제가 물가 상승이나 하락 압력을 받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금리 수준)가 낮아진다. WGBI 편입에 따른 금리 하락은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달리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어서 중립금리를 낮추게 된다. 이는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 기업에는 투자, 정부에는 재정운용 여력을 증대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다.
셋째, 국채 전반의 만기물별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가격(금리) 발견 기능이 제고된다. 현재 82개 종목의 국채가 유통되고 있고, WGBI에 포함되지 않는 1년 이하 채권이나 변동금리 및 물가연동 채권을 빼면 경과물(가장 최근에 발행된 지표물 채권 이전에 발행된 채권)을 포함한 62개 종목이 WGBI에 편입된다. 이에 낮은 유동성으로 시장금리 발견이 어려웠던 경과물도 적정 금리가 형성됨으로써 국채의 벤치마크 기능은 더욱 향상된다.
넷째,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성장 계기가 마련된다. 그간 외국인 국채투자는 주로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거액 단위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WGBI 편입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다양화되면 투자중개 및 매매업 기회가 중소 금융기관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많은 투자자가 최근 전자플랫폼을 통해 국내 다양한 금융기관으로부터 호가가 제시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돼, 전자거래 플랫폼이 완전히 구축된다면 외국인 투자자와의 영업 네트워크가 없던 기관도 거래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과물 채권의 유동성 확보와
국고채 전문딜러의 시장 조성자 역량 강화 필요
이런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으려면 우리 국채시장은 내년 11월 WGBI에 편입되기 전까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과물의 충분한 유동성 확보다. 한국 국채의 유동성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나 지표물-경과물 간 유동성 차이가 큰 편이어서, WGBI 편입에 따라 자금이 유입됐을 때 일부 만기구간의 변동성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경과물에 대한 시장 조성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수요가 많은 종목은 재발행(re-issuance)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통합발행(fungible issuance)이 종료된 국채 종목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제도는 갖춰져 있으나 경과물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현재까지 재발행을 실시한 적은 없다.
둘째, 국채통합계좌(omnibus account)의 활용도 제고다. 국채통합계좌는 국내 보관은행 계좌 없이도 글로벌 결제은행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 계좌를 통해 역외에서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환전도 통합계좌 운용기관의 코레스은행(환거래 계약이 체결된 은행)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 간 역외거래 및 원화결제도 가능하다.
국채통합계좌가 개통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지난 6월 말 개통) WGBI 편입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된 조건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하려면 먼저 글로벌 보관은행이 비과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보관은행이 적격외국금융회사(QFI.; Qualified Foreign Intermediary)로 등록돼야 한다. 현재까지 9개 보관은행이 QFI로 등록됐으나 조속한 시일 내에 그 수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유사한 QFI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의 경우 약 150개의 보관은행이 QFI로 등록돼 있다.
셋째, 국고채 전문딜러(PD; Primary Dealer)의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량 강화다. 원활한 WGBI 편입을 위해서는 PD들이 왜곡되지 않은 시장가격에 국고채를 인수·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현재 PD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마련하고 있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WGBI에서 탈락되는 일이 없도록 거시경제 펀더멘털과 재정건정성 그리고 외국인 투자 관련 제도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편입 이후 요건 미충족으로 WGBI에서 탈락하게 되면 자본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WGBI 편입의 기본 요건은 국채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 A- 이상 및 외국인 투자 접근성 레벨 2 이상 유지이며, 추후 이런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경우 WGBI에서 제외된다. 포르투갈의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WGBI에서 자동 제외된 바가 있으며, 스위스는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법안의 국회 승인 실패로 지난 3월 WGBI 편입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이제 우리는 국가신용등급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 나가고, 시장 접근성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보완·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