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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믿는 대로 살아지는
김혼비 에세이스트 2025년 01월호

마에카와 도모히로 『함수 도미노』

희곡 『함수 도미노』는 일본의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아주 기묘한 교통사고의 목격자 여섯 명을, 사후 처리 담당자인 보험조사원 요코미치 마사코가 한자리에 불러 모아 재조사를 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교통사고 상황은 이렇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운전자 닛타 나오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몬 요이치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충돌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다. 그렇게 요이치와 충돌하기 직전, 어쩐 일인지 차가 갑자기 멈춘다. 하지만 그냥 멈추는 게 아니라 아주 단단한 무언가, 마치 투명한 벽과 충돌한 것처럼 차체가 완파되고, 덕분에 요이치는 아무런 상해도 입지 않았지만 조수석에 탔던 닛타의 아내는 중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다.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 목격자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와중에 그중 한 명인 마카베 가오루는 “투명한 벽을 만든 사람은 사고 당사자의 형인 사몬 모리오 씨예요”라며, 세상에는 ‘도미노’라고 부르는 일종의 초능력자가 존재하고 그런 도미노들에게는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저절로 실현시키는 힘이 있는데, 모리오가 바로 도미노이기 때문에 이런 기적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처음엔 어이없어하던 사람들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자 “F(모리오)=도미노”, 그러니까 ‘도미노 함수’를 진지하게 검증해 보기 시작한다. 

믿기지 않는 기현상 앞에서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대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적당한 근거를 갖다붙여서 넘기는 사람, 아니면 기적이 있다고 믿는 사람. 우린 엄청난 걸 목격했어요. 왜 자기 눈으로 본 걸 안 믿어요? -p.31

등장인물들이 마카베 의견에 합세해서 도미노 함수를 검증해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는데, 그 흐름에 온전히 마음을 내맡긴 채로 읽어나가다 보면 나는 무엇을 믿고 사는 사람인가, 그것은 정말 믿을 만한가, 무엇을 믿으며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 희곡 속에 도미노를 둘러싼 다양한 믿음의 양상-도미노를 맹신하는 사람, 너무나 절박해 도미노를 믿고 싶은(그래서 결국 맹신하게 되는) 사람, 오직 과학적인 사실만을 믿기에 과학의 영역 밖에서 벌어진 현상은 눈으로 보고도 믿지 않는 사람, 자신이 도미노가 될 가능성까지도 믿는 사람, 정작 자기 자신을 끝내 믿지 못한 사람, 진심 어린 호의나 선의를 포함해 타인의 ‘인간다움’을 믿는 사람 등-이 펼쳐지는 것처럼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믿고 있고, 이것은 곧 삶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결국 믿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믿음이 실현되든 아니든. 

새해를 맞이하며 누군가는 발 빠르게 보고 온 사주와 신점 같은 점괘를 믿고, 누군가는 자기계발서의 법칙이 적용된 ‘프랭클린 플래너’류의 수첩에 세밀하게 적어놓은 계획의 힘을 믿고, 누군가는 자신의 굳건한 의지를 믿고, 누군가는 함께 일하거나 가장 가깝게 지내는 타인과의 연대의 힘을 믿을 텐데, 한 해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나만의 ‘함수’를 찾아볼 필요가 있는 1월에, 『함수 도미노』를 읽어봐도 좋겠다. 이왕이면 2인 이상이 모여 배역을 나눠 낭독해 보는 걸 추천한다. 그것이 희곡을 읽는 큰 재미이니까. 무엇을 믿을지 잘 모르겠는 세상에서 일단 희곡의 힘은 믿어도 좋다.

마카베: 저기요, 닛타 씨는 모르는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줘요? / 닛타: 그럼요. / 마카베: 진심으로? / 닛타: 진심? 그쵸. 진심이죠. / 마카베: 그건 진심이 아니라 양심이죠. / 닛타: 네? / 마카베: 부탁받아서 하는 거잖아요. 도미노는 누가 부탁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도미노의 힘이 모리오의 무엇에 반응하느냐죠. / 도로: 양심 아닐까요? / 마카베: 아니요, 양심은 언제든 버릴 수 있어요. 하지만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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