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대중을 설득한 여성 가수를 우리는 ‘디바’라고 부른다. 디바들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때는 1990년대부터다.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그리고 무엇보다 1980년대부터 이미 슈퍼스타였던 휘트니 휴스턴이 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최고의 디바는 누구일까. 여러 후보가 있겠지만 이 가수의 이름이 절대 빠질 수 없다. 바로 아리아나 그란데다. 최근 아리아나 그란데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로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데 어린 음악 팬을 제외하면 그의 히트곡이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뭐랄까. 아리아나 그란데는 우리 시대의 머라이어 캐리 같은 존재다. 흑인 음악 기반에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차트를 쥐락펴락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뮤지컬을 통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으니 뮤지컬 영화 <위키드> 출연이 그렇게 특별한 이벤트는 아닐 것이다. 그는 뮤지컬 쪽에서 주목받은 후 우리는 잘 모르는 미국의 유명 TV 시리즈 <빅토리어스>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런 측면에서 2013년 발표한 솔로 데뷔작 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연,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디바의 탄생을 알렸다. 흥미롭게도 음반에는 영국 출신 스타 가수 미카와 함께 부른 ‘Popular Song’이 실려 있다. 뮤지컬 <위키드>의 곡이자 영화 <위키드>에서도 사용된 ‘Popular’를 재해석한 곡이다. 또 영화 <위키드>에 직접 출연한 만큼 여기서도 ‘Popular’를 다시 불렀다.
현재까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총 7장의 앨범을 발표해 딱 한 장 빼고 모두 빌보드 1위에 올랐다. 그 한장인 3집 (2016)도 빌보드 2위니까 언제나 최정상을 놓치지 않은 셈이다. 전 세계 판매량은 대략 9천만 장 이상. 음반 1장당 1천만 장 넘게 팔아 치웠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표곡은 너무 많다. 그럼에도 꼽아보자면 ‘Pro-blem’, ‘Bang Bang’, ‘Side to Side’, ‘No Tears Left To Cry’, ‘Thank U, Next’, ‘7 Rings’ 등이다. 이 중 ‘7 Rings’는 유명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수록곡 ‘My Favorite Things’를 샘플링한 결과물이다. 만약 아리아나 그란데가 낯설다면 이 곡으로 입문하면 최선일 거라고 본다. 존 레전드와 부른, 2017년 실사화 영화로 리메이크된 <미녀와 야수>의 주제가 ‘Beauty and The Beast’도 빼놓을 수 없다.
아리아나 그란데 음악은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단순히 머라이어 캐리의 대를 잇는 가창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설명해서는 안 될 가수다. 이를테면 그녀는 전천후다. 전통적인 알앤비에 뿌리를 둔 곡이든 현대적인 비트로 운용되는 곡이든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소화할 줄 안다. 가창력을 극대화하는 발라드는 물론이요, 출렁이는 리듬 위에서도 능란한 호흡으로 곡을 장악한다. 쉽게 말해 재능 덩어리, 장르 적응력과 흡수력이 탁월하다.
다음은 히트곡 지뢰밭이라 할 수 있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곡들 중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만 추린 것이다. 감상해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멜로디를 소홀히 하지 않는 음악’이야말로 아리아나 그란데 세계의 핵심이라는 것을.